티스토리 뷰

김영웅의책과일상

이상희 저, '인류의 기원'을 읽고

가난한선비/과학자 2018. 8. 30. 14:49


옆집 누나가 들려주는 것만 같은 재미난 인류 이야기.


이상희 (이상희 (Sang-Hee Lee)) 저, '인류의 기원'을 읽고.


기원 논쟁처럼 다분야에 걸친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아 지금도 여전히 뜨거운 화제 거리가 되는 이야기가 또 있을까. 우주의 기원, 생명의 기원, 그리고 인류의 기원을 묻는 건 인간 역사에 있어서 아주 오래된 질문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가져봤을 질문이지만, 여전히 거기엔 답이 없다. 여러 가지 관점에서 타당하게 설명이 가능한 가설이 있을 뿐이다. 그 가설은 신학적인 입장에선 믿음으로 불리기도 하고, 철학적인 입장에선 하나의 인식 체계가 되기도 하며, 과학적인 입장에선 하나의 이론으로 정립되기도 한다.


'인류의 기원'을 제목으로 하는 이 책 역시 인류의 기원을 알려주지 않는다. 아직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고인류학자인 저자는 관찰, 비교, 분석 등의 과학적인 방법을 통하여 밝혀진 굵직굵직한 여러 가설들을 재미있는 일상적인 소재를 동원하여 대중적인 언어로 친절하고 쉽게 알려주며 인류의 기원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옆집 누나가 동네 친구들 모아놓고 옛날 이야기 들려주는 것만 같은 기분도 느낄 수 있다.


총 스물 두 개의 짧은 이야기로 구성되어진 이 책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너무 깊지도 너무 얕지도 않은 단편의 이야기들을 스물 두 번을 듣고 나면, 어느덧 인류의 기원에 대해 역사적으로 논의되어진 흐름을 대략 꿸 수 있다. 따분한 역사를 재미난 만화를 통해 배울 수 있었던 '먼 나라 이웃 나라'의 고인류학 버전이랄까. 책을 읽다 보면 진지해질 때도 있고, 가끔은 공포스러워질 때도 있으며, 또 웃을 수밖에 없을 때도 있는데, 그러는 와중에 전문적인 지식을 기본적으로나마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는 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자 효용일 것이다.


#김영웅의책과일상


p.s. 

그나저나 분자생물학자로서 한 가지 염려가 되는 점이 있었는데, 21세기가 시작되면서 급부상한 시퀀싱 기술 발달로 인해 고인류학자들의 밥줄이 지장받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이젠 원시적인 화석 분석만이 아닌, 최첨단의 DNA 염기서열 분석 방법으로 훨씬 더 과학적이고 정확한 인류의 기원에 대한 추적과 비교 분석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아직은 괜찮겠지요? 이상희 (Sang-Hee Lee) 교수님? ㅋㅋ 제가 고인류학을 잘 몰라서 그런 거겠지요? ㅋㅋ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