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하지 않기일희일비하지 말아야 한다고들 말하지만, 정작 소소한 것들에 기뻐하고 슬퍼할 줄 모르는 사람을 만나면 거리를 두고 싶어 진다. 어른스러움을 바라지만 아이 같은 순수함이 없는 사람을 만나면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자라지 못한 어른을 원하는 건 아니다. 아이의 모습을 간직하고 그것을 스스럼없이 드러낼 줄 아는 어른이 나는 좋다. 많은 것을 바라는 건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면서 두루뭉술해지는 부분도 있지만, 점점 더 까탈스러워지는 부분도 있다. 원만한 인간관계를 할 줄도 알지만 깊은 대화를 할 수 있는 상대를 고를 줄도 알아야 한다. 그 보이지 않는 선은 조금씩 변화를 거친다. 잡음이 나지 않을 수 없지만 내가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여 후회 없도록, 조금은 털털하게 또 조금은 이기적으로 그 선을..
가치천 페이지 안팎의 장편소설을 진득하게 읽어냈을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 쾌감은 중독성이 강해 반복을 유도한다. 물리적인 시간이 허락되지 않아 그 부름에 응하기 어려울 뿐 나는 항상, 특히 곤고한 날에, 그것에 대한 갈증을 느낀다. 벽돌 깨기는 독서의 맛을 가장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벽돌을 깨기 위해서는 수십 시간이 필요하다. 보통 한 시간에 50-100페이지 정도 읽어나간다고 가정할 때, 1,000페이지 분량의 벽돌이라면 집중해서 책을 읽는 시간만 따져도 적어도 10-20시간이 소요된다. 여기서 중요한 말은 '적어도'이다. 직장을 가진 사람이 일상에서 그 정도의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나 같은 경우만 해도 평일엔 기껏해야 1-2시간 독서에 할애할 수 있다..
찰나의 아름다움때아닌 눈이 내린 아침, 차 위에 수북이 덮인 눈을 치우다가 아파트 뒷산에 눈이 갔다. 아름다웠다. 불평이 사라졌다. 무거웠던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움츠렸던 몸을 펴고 차가운 대기 속에서 큰 숨을 들이쉬었다. 큰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자유와 해방을 느낀 순간이었다. 아름다움은 불만은 상쇄시킨다. 내 안에 고여있던 어두움을 따스한 미풍으로 말려버린다. 인간이라서 의지와 상관없이 불만에 가득해지고, 인간이라서 의지와 상관없이 구원을 경험한다. 점점 인간을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계속 몰랐으면 싶다. 모르니까 맛보는 기쁨의 순간들을 잃고 싶지 않다.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미래를 보장받고 싶어 하지만 그 무슨 수를 써도 보장받지 못하고, 미래를 알고 싶어 하지만 어떤 방..
자연의 힘헤르만 헤세 저, '페터 카멘친트'를 다시 읽고이 작품을 처음 읽었을 땐 주인공 페터 카멘친트의 성장에 눈이 갔다. 깊은 산골에서 천연의 자연과 동화되어 투박하나 순수하게 자란 한 청년의 내면에 시가 깃들고, 그 시가 사람과 사랑, 삶과 죽음을 경험하며 조금씩 성숙해져 가는 과정에 주목했었다. 특히 글 쓰는 사람, 즉 작가로 성장해 가는 이야기여서 그랬는지 나는 페터로부터 동질감을 느끼기도 했다. 나도 작가가 되고 싶었다.그로부터 7년이 지났다. 나의 외부세계는 물론 내부세계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글쓰기모임과 함께 이 작품을 다시 읽으면서 나는 자연의 힘에 더 큰 매력을 느꼈다. 반면, 페터의 성장 이야기는 예전보다 공감하기가 어려웠다. 나 역시 성장하고 성숙했다고 여겼건만, 실은 그저 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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