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이 어느 즈음엔가
그 사이 어느 즈음엔가.
다른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눌 때면 난 어김없이 내 인격의 빈곤함을 느낀다. 흔히 말하는 전형적인 B형 남자이기도 하거니와, 경상도 출신에다가 아직도 기고만장한 교만함이 내겐 짙게 배여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찌 보면 큰 발전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난 여전히 매일 모자라다.
입으로 뱉은 말, 눈빛과 손짓과 몸짓. 이런 것들이 이성적인 깨달음만으로 단시간에 성숙한 사람의 그것으로 변하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난 이런 것까지도 잘 알기에 더욱 좌절감을 느낀다.
시간. 필요한 건 시간이다. 단 그 시간은 성실해야 한다. 변하여 성숙해진 모습으로 어느 날 갑자기 짠 하고 나타날 수는 없다. 점진적이고 느려터진 변화의 과정 속에서 차분히 기다리며 성실하게 방향을 확인하며 한 걸음씩 전진해야 한다. 그 가운데 만날 수많은 사람들에게 비쳐진 내 모습은 여전히 내 맘에 들지 않는 부족한 모습이겠지만, 그것들은 나의 지난한 성숙화 과정의 여러 단면들로 이루어질 것이기에 나름 의미를 가진다. 우리의 성숙의 여정엔 수많은 증인들이 매단계마다 존재하는 것이다.
만족. 어쩔 수 없이 부족한 내 모습이 현재 내가 가진 실제 모습임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지혜와 끊임없이 인격적인 진보를 바라며 전진하는 성실함을 겸비하면 좋겠다. 이미 온 현재에 만족하면서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소망하며 만족하지 않는, 난 오늘도 그 사이 어느 즈음엔가 서있다. 배부름과 배고픔 사이에서, 멈춘 것 같은 시계를 보고, 계속해서 뛰고 있는 내 심장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