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monologue
휴식
가난한선비/과학자
2020. 3. 1. 15:58
휴식.
아무래도 혼자 있게 되면 잠이 늘기 마련이다. 그래도 오늘은 아이를 플레이데이트에 보내고 모처럼 푹 쉴 수 있었다. 아침만 해도 오늘 오후에 혼자 있게 되면 밀린 일들을 좀 더 처리하겠노라고 야심차게 계획까지 세웠었는데, 막상 아이를 데려다 주고 집에 돌아오니 마음이 달라졌다. 마침 날씨도 찌푸둥하고 머리도 아픈데다 몸도 무거워 잠시 눈이나 부칠 겸 침대에 누워버리고 만 것이다. 아뿔싸.
두 시간 뒤, 낮잠을 충분히 자고 일어났는데도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안도감을 오랜만에 느끼며 책상에 앉았다. 그리고 나는 아까 마시다 남은, 머그잔에 담긴 식은 커피를 한 모금 들이키며 풀린 눈으로 저물어가는 바깥 풍경을 멀뚱히 쳐다본다.
비가 왔었는지 땅은 젖어있고 기온은 뚝 떨어졌다. 어두워지는 시간. 조용한 평화. 잠바를 하나 걸치며 살짝 열려진 창을 닫는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지나간다. 모두에게 평화가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