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monologue
니코스 카잔차키스
가난한선비/과학자
2020. 6. 17. 07:46
니코스 카잔차키스.
| 시각, 후각, 촉각, 미각, 청각, 지성 - 나는 내 연장들을 거둔다. 밤이 되었고, 하루의 일은 끝났다. 나는 두더지처럼 내 집으로, 땅으로 돌아간다. 지쳤거나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은 아니다. 나는 피곤하지 않다. 하지만 날이 저물었다.
해는 졌고 언덕들은 희미하다. 내 마음의 산맥에는 아직 산꼭대기에 빛이 조금 남았지만 성스러운 밤에 감돌고 있으니, 밤은 대지로부터 솟아 나오고, 하늘로부터 내려온다. 빛은 항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구원이 없음을 안다. 빛은 항복하지 않겠지만, 숨을 거두어야 하리라. |
프롤로그의 첫 두 단락이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영혼의 자서전’. 이 책을 여는 ‘작가 노트’에서부터 내 시선은 강탈당했는데, 그 다음 이어지는 ‘프롤로그’에서는 그의 필력에 난 두 손 두 발 다 들고 나가떨어지는 것만 같다. 벌써 KO 패다. 노벨상을 받았던 카뮈가 왜 카잔차키스야말로 노벨상을 받았어야 했다고 주장했는지 단박에 이해할 것만 같다. 와우. 첫 두 단락에서부터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책은 한 번도 없었다!
카잔차키스를 만났던 건 제작년 ‘그리스인 조르바’를 통해서였다. 헤세를 읽고 도스토예프스키를 읽고 이제 카잔차키스로 간다. 독일/스위스를 시작하여 러시아로 갔다가 이제 그리스로 간다. 물론 아직 남은 도스토예프스키 작품 몇 편이 기다리고는 있기 때문에 카잔차키스 작품과 중첩되는 기간이 생길 예정이다.
너무 기대된다. 아, 이런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