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언: 상처와 위로, 그리고 그 한계와 자기애
직언: 상처와 위로, 그리고 그 한계와 자기애.
"누가누가 더 큰 상처를 받았을까? 당연히 내가 가장 더 큰 상처를 받았지. 내가 제일 아파. 그 동안 받지 못했던 사랑을 좀 받아야겠어. 그러니 니가 사랑 좀 해줘."
물론이지. 둘러 말하지 않을게. 몇 번 정도는 오케이. 야속하게 느껴지겠지만... 그런데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거야? 난 널 좋아하고 소중하게 생각해. 그래서 내가 도울 수 있다면 계속 돕고 싶어.
그렇지만 한편으론 두려워. 이런 관계가 계속된다면, 어느 순간에는 니가 부담스러워질 것 같거든. 머리와 마음 모두 니가 원하는 만큼 널 사랑해주고 싶어하지만... 미안해. 현실상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애. 나도 고통스러운 게 있거든. 챙겨야 할 것도 한 두가지가 아니고. 내 주위에는 상처 받은 사람이 너무 많아. 알고 보니 그렇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는 것 같더라구. 나 역시 마찬가지고.
그런데 너는 자꾸 나에게서 함께 해주길, 뭔가 따뜻한 위로의 말을 해주기만 바라니까, 그게 이해는 가지만 솔직히 힘드네. 난 널 그나마 다른 사람들보단 잘 아는 축에 속하기에, 널 잘 모르는 뭇사람들이 내뱉는 것처럼 가벼운 말들을 계속 해줄 수도 없어. 그런 게 효과는 있지만, 마치 탄산음료 같아서 금방 목이 마르잖아.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그 목마름의 시기는 점점 앞당겨질 게 뻔하고 말이야. 이런 것들을 알고 있는 내가 너에게 교과서에서 알려주는 ‘바람직한 위로의 말들’이나 ‘타인을 상처주지 않는 말들’ 등을 계속 남발하기에는... 미안해. 내가 널 너무 아끼나봐.
상처받은 마음은 위로가 필요해. 그러나 오래 지속되는 상처는 그 위로만으로 해결되지 않아. 오랜 상처가 잘 아물지 않는다는 건 그 때문이기도 하지. 그 위로의 말들의 약발이 금새 바닥이 나거든. 마치 마약처럼 말이야.
난 니가 그 마약에 중독되진 않을까 한편으론 굉장히 염려가 돼. 이미 그런 낌새를 보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야. 여전히 아이처럼 그런 마약을 원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게 너에게 진정 평안으로 이끄는 마지막 혹은 유일한 도움이 될진 모르겠어.
그리고 나는 오히려 니가 먼저 그런 마약을 너에게 더 이상 주지 않는 나에게 먼저 실망을 하게 될까봐 걱정되는 마음도 커. 점점 예민해져가는 널 보며 마음이 아파. 조심스러워지고, 널 대하는 모습도 예전같지 않게 돼. 한편으론 내가 이것밖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도 좌절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아무래도 이런 문제는 심리요법이나 떤 기술적인 방법만으로는 한계가 있지 않나 싶어. 그렇다고 인생무상이라느니 하는 인생달관한 거짓지혜자의 자리에 앉아서 너에게 교과서나 읊어대고 싶지도 않아. 넌 특히 그런 부분에 민감한 걸 잘 아니까 말이야.
신앙을 이런 데서 함부로 들먹이고 싶진 않지만, 그래도 이런 일을 만날 때마다 드는 생각은, 인간의 한계에 대해서야. 정말 답이 없는 것 같거든. 그래서 신앙을 의지하라고 너에게 경솔하게 말하고 싶진 않아. 그렇게 하면 내가 예전에 힘들어 할 때 멀찍이 서서 나의 신앙의 허술함을 비난하고 정죄하던 목사들이나 중직자들과 다를 바가 없게 되거든. 그래서 그건 니가 알아서 할 몫이라고 생각해. 전적인 너의 선택이지.
휴... 암튼 난 그래. 어서 평화가 깃들길 바랄 뿐이야. 머잖아 새롭게 진화할 너의 멋진 모습을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