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monologue

반복과 초월

가난한선비/과학자 2022. 9. 18. 11:04

반복과 초월

모든 게 변해버린 것 같다고 느낄 때 불안은 증폭된다. 사라졌다 생각했는데, 그렇게 믿었는데, 불안은 어느새 도적처럼 내 마음에 들어와 둥지를 틀고 있다. 마치 원래 제 자리라도 되는 것처럼 익숙한 모습. 그런데 이런 뜻밖의 익숙함을 마주하는 내 모습도 낯설지 않다. 또 반복인 것인가. 변했다 생각했던 것도 한낱 바람에 지나지 않았던 것일까.

무한한 존재론적 불안, 그리고 유한한 일상적 위로. 그 결과, 가슴속에 점점 커져만 가는, 영원히 메워지지 않을 구멍. 유한한 인간 내면에 있는 무한한 구멍. 이 아이러니.

나그네 삶이라 해도 마음 둘 곳을 찾는 게 인간이다. 그것의 유한함을 깨달았다 하더라도, 잠시 쉬어갈 곳을 찾고 거기서 위로를 받고 작은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삶. 초월적인 삶. 나그네가 초월해야 하는 건 구멍이 아닌 반복이다. 잦은 상처와 치유의 반복에도 소망을 잃지 않는 것이다.

소망은 곧 초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