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monologue
밤 마실
가난한선비/과학자
2022. 9. 21. 12:20
밤 마실
순간적인 귀찮음만 넘어서면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다. 저녁을 먹고 신을 신고 가족과 함께 밖을 나왔다. 쌀쌀한 공기. 따뜻한 손을 잡고 있는 사랑하는 아내와 부쩍 커버린 아들. 행복이다.
뜻하지 않게 살게 된 이곳엔 엑스포 공원, 한빛타워, 신세계백화점이 한곳에 모여있다. 모두가 밤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서울처럼 북적대지 않고도 충분히 아름다운 도시의 야경을 뽐낸다.
엑스포공원에서 이어지는 다리를 이용해 갑천을 건너면 곧바로 한밭수목원이 나온다. 뉴욕 맨하탄의 센트럴파크를 언뜻 연상케 하는 듯한 느낌. 몇 주전엔 집에서 출발해 다리를 건너 수목원 구석구석을 산책하고 다시 집으로 걸어온 적이 있다. 세 시간 정도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도시와 강과 숲. 신을 신고 집만 벗어나면 언제나 누릴 수 있는 호사다. 나에게 주어진 행운. 누릴 수 있을 때 잘 누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