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monologue

거짓 겸손 = 자기 의

가난한선비/과학자 2015. 2. 5. 23:51

"하나님이 축복해 주셔서 저희 가정이 아무런 사고도 없이 건강하고, 우리 아들이 서울대에 합격하고, 우리 딸이 물리 올림피아드에 국가 대표로 나갈 수 있게 되었고, 저 또한 부장으로 진급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복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새벽기도도 빠지지 않고 십일조도 거르지 않고 꾸준히 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지속해서 하나님을 잘 섬기겠습니다."

 

교회 안에서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던, 나름대로 사회에서 인정받은 사람의 간증이다. 나 역시 어릴 때부터 직접 듣거나 매중매체를 통하여 종종 들으며 그 간증하는 사람을 굉장히 부러워했던 기억이 있다. 그렇다. 이런 간증을 들을 때 내 생각과 마음을 순식간에 가득 채워버리는 것은 믿음이 아니라 부러움이었다. 하나님의 의가 아니라 그 사람의 의가 먼저 전달된 것이다. (물론 내가 세속적이라서 시니컬하게 듣는게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간증을 들으며 나처럼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 개인적으로 믿는다. 세속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평범한 대다수의 사람에 속하기 때문에 그렇게 듣는 거라고 그들에게 난 대답하고 싶다.) "이런 간증을 좋게 해석해야지..." 하는 간증의 재해석 작업 가운데 "설마 자기 자랑하려고 간증한 건 아니겠지..." 하는 마음을 먹으려고 노력해 보지만, 처음에 강렬하게 전달된 부러움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더욱이 새벽기도도 빠지지 않고 십일조도 거르지 않아야만 저 사람과 같은 축복을 받을 수 있다는, 좀처럼 받아들이기 어려운 행동지침도 그저 부담으로만 다가온 거다.

 

옳고 그름의 차원에서 굳이 따지자면, 글쎄, 틀린 말은 없다. 하나님의 절대주권을 인정하는 기독교의 근원적인 믿음에 의거한다면, 하나님의 허락 없이는 하늘에 나는 새 한마리도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엔 조금 옆에서 해석해볼까. 사실 내 주위만 봐도, 비슷한 부류와 비슷한 연령층에서 비교해 볼 때, 상대적으로 많이 성공한 케이스는 하나님을 믿지 않는, 소위 불신자들 가운데서 압도적으로 더 많이 찾을 수 있는데, 이는 하나님의 축복 없이도 위와 같은 간증의 표현형을 훨씬 더 많이 나타낼 수 있음을 말해준다. 노벨상의 삼분의 일을 차지한 유대인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 애플의 스티브 잡스,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 등등의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례만 봐도 하나님 믿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즉, 나처럼 상대적으로 아직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이 들을 땐, 위의 간증이 부러움의 대상으로 해석될만큼 강하게 다가올 수도 있지만, 이미 성공 대열에 서있는 사람들에겐, 그저 콧방귀 뀔 정도로 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다. 고작 그 정도의 성공밖에 안주는 하나님 따윈 전혀 믿고 싶지도 않을 것이고 차라리 자신들이 일궈온 방식과 신념을 따르라는 주장이 훨씬 더 설득력 있게 대중들에게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위와 같은 간증은 아직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이 들을 때도, 그리고 이미 성공한 사람들이 들을 때도 전혀 "간증" 본래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채 그저 한낯 가소로운 일시적인 기쁨에 일희일비하는 자신의 감정을 괜히 하나님의 이름까지 거들먹거리면서 말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아마 자신은 자신 나름대로의 겸손함의 표현으로, 즉 자기가 열심히 노력해서 성공을 일궈냈다고 하면 거만하게 보일 수도 있으니까 하나님이 축복해 주셨기 때문이라고 둘러댄 것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이 사람은 자신의 거짓 겸손을 보이기 위한 수단으로 하나님의 이름을 이용한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고, 이는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컬은 사례가 될 것이다. 즉, 죄다.

 

그러므로 개인적으로 나는 언젠가부턴 위와 같은 간증을 하는 교회 내에 있는 성공자들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남을 판단하고 정죄하는 것 또한 죄라고 성경에선 말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판단할 수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부탁하고 싶은 건, 제발 교회 내에 있는 성공자들이여, 위와 같은 간증은 삼가해 달라는 거다. 하나님의 축복의 결말이 육신의 떡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들리지 않게 해달라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