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faith

왕이 잠이 오지 않아

가난한선비/과학자 2015. 5. 1. 00:16

에스더가 아하수에로 왕의 왕후가 된 건, 비단 용모가 아리따웠기 때문만이 아니라, 원래 왕후였던 와스디가 왕의 명령을 어겨서 다시 왕후를 뽑아야 하는 일이 먼저 생겼기 때문이다. 


하만이 모르드개를 포함한 모든 유대인을 죽일 계획을 세우고 왕의 허락까지 받고 공식적으로 유대인 말살 음모를 열심히 꾸밀 때, 에스더가 초대한 첫번째 잔치가 끝나고 두번째 잔치날이 오기전, 왕은 평상시와는 달리 잠이 오지 않았고, 뜬금없이 역대 일기를 읽게 되고, 모르드개가 왕의 암살 음모를 고발한 장본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왕이 존귀하게 하기를 원하는 사람 대우하는 방법을 하만이 제안한 그대로 하만이 시행하도록 한다. 이때 이미 하만은 모르드개를 죽일 나무를 세워놓고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모르드개에게 왕복을 입히고 말을 태워서 성 중 거리로 다닌 후, 하만은 번뇌할 수 밖에 없었다. 


에스더가 초대한 두번째 잔치에서 에스더는 왕에게 하만의 악한 계획과 실행 상황을 알린다. 그것을 알게된 왕의 화는 모르드개를 매달려고 한 나무에 하만을 매달려 죽게 만든다. 그리고 유대인들은 자기들을 해하고자 한 자들 (하만의 열 아들들 포함)을 모조리 죽이게 되고, 이 날을 부림절로 정하고 유대인들은 아직도 이 날을 기념하고 있다.


만약,

와스디가 왕의 명령을 어기는 사건이 없었다면...

하만이 왕의 암살 음모를 어쩌다가 듣게 된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에스더가 왕 앞에 허락없이 나갔을 때 왕의 눈에 에스더가 아름다워 보이지 않았다면...

에스더가 왕과 하만에게 두번째가 아니라 첫번째 잔치때 하만의 악행을 고했더라면...

두 잔치 사이에 왕이 밤에 잠이 오지 않는 일이 생기지 않았다면...

왕이 잠이 오지 않았을 때 역대 일기를 읽지 않았다면...


평상시와 다른 일이 생길 때 우리는 보통 별 생각없이 지나친다. 하지만 에스더서만 보더라도 일련의 사건들의 발생 시간이 아주 정교하게 보이지 않는 누군가 (하나님)에 의해 조절되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모두 그냥, 어쩌다가, 우연히 발생한 것처럼 보이는 작은 일들임에도 그것들은 서로 연결되어 결국 유대인들이 존속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이것이 하나님이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 하시는 방법이다. 


기대했던 혹은 예상했던 일이 벌어지지 않을 때도, 전혀 기대하거나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벌어질 때도, 우리들은 보통 그 사건 그 자체에 대해서만 신경쓰게 된다. 무언가 훨씬 큰 그림 속에 일부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그렇게 사건 하나하나에 연연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인간의 한계에서 나오는 씁쓸한 제약이겠지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시고 모든 것을 합하여 선을 이루시는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의 눈으로 그런 사건을 볼 수 있게 된다면, 지금 현재 우리가 고민하고 갈등하고 있는 무수히 많은 문제들도 실제론 그닥 별게 아닐 수도 있다. 나의 실수로 인해 벌어진 전혀 원하지 않았던 일의 진행 방향과 그에 따른 결과와 책임까지도 모두 하나님의 손 안에 있다는 걸 믿고 하나님을 변함없이 신뢰한다면, 문제는 더이상 문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