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monologue

좋은 사람 되기?

가난한선비/과학자 2025. 3. 2. 19:35

답답한 하루

이성으로 어떤 깊은 깨달음을 얻는다거나 어떤 초월을 경험하고 직관적인 통찰을 얻는다고 해서 인격이 나아지는 건 아닌 것 같다. 이성과 감정 사이에는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는 깊은 골이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부단히 읽고 쓰며 관찰, 성찰, 통찰의 삶을 살아도 그 깊은 골을 넘어서지 못하면 끝내 좋은 사람이 되지 못하는 것 같다.

이성은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능력이지만, 대개 인간의 이성은 언제나 감정적이라 할 수 있는 어떤 본능적인 행동보다 한 발 늦게 작동하곤 한다. 사건 수습용이라고나 할까?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저지른 직후, 혹은 해야만 하는 일을 못했을 때 이성은 가장 빠른 속도로 일을 하기 시작한다. 인간은 이성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어 이성적일 수 있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이성을 따르기보다 직관과 본능으로 점철된 습관과 관성을 따라 살아간다. 이성은 언제나 한 발 느린 것이다.

습관에 저항하는 삶의 중추는 감정 조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최근 들어 자주 하게 된다. 머리는 이것이라고 하는데 습관은 저것이라고 하는 순간 우리는 보통 불편함 혹은 어색함을 느끼게 되고 옳고 바른 것보다는 편하고 쉬운 것을 선택하게 된다. 이런 원하지 않은 선택이 문제를 일으킬 때는 편하고 쉬운 것을 선택한 결정이 틀리거나 그른 결과를 가져올 때인데, 의외로 이런 일은 일상에서 빈번하게 발생하여 우리를 곤란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이성과 지식의 공허함을 심각하게 느끼게 되고 나는 가끔 배움의 무용성을 토로하기도 한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이 마음을 누가 내 안에 넣어 준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것을 끝날까지 추구할 작정이다. 누군가 알려주면 좋겠다. 이성과 감정의 깊은 골을 뛰어넘는 방법을 말이다. 답답한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