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monologue

소회와 다짐

가난한선비/과학자 2025. 12. 31. 14:36

소회와 다짐

한 해의 끝과 또 한 해의 시작을 가족과 힘께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누군가에겐 당연한 일상이 감사로 느껴지는 이 시기를 우리 가족은 다행히 함께 맞이하고 있다. 상실이 가져다 주는 소중한 열매다.

2025년은 내 생애 투고하여 두 권의 책을 출간한 첫 해로 기록될 것이다. 이변이 생기지 않는 한 마지막이기도 할 것이다. 그만큼 나는 드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나이 오십 즈음이 되면 어지간한 건 안정이 되고 정착하여 살게 될 줄 알았다. 만 오십을 일 년 반 남겨두고 있는 지금, 나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한다. 내 인생은 점점 더 예측이 안 된다.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은 나의 중년을 상징하는 두 단어이지 않을까.

남는 건 글이라는 생각을 요즈음 더 많이 하게 된다. 내가 이십 년 전에 바라던 삶은 승승장구하며 과학계를 선두하는 그룹 멤버로서의 삶이었다. 나는 한참을 벗어났고, 비가역적인 상황이 된 지도 오래 되었다. 그 균열과 괴리, 그리고 빈틈을 가득가득 메운 것이 바로 글이다. 내가 읽고, 감상하고, 음미하고, 사유하고, 되새김질하고, 자주 잊어버리기도 하는 글, 그리고 그런 것들의 퇴적 위에서 써내려간 나의 글들이 나의 공백을 채우고 나의 새로운 정체성을 탄생시켰다. 언젠가부터 나는 과학자이자 작가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단일 정체성만으로 만족을 하며 생계도 충분히 꾸릴 수 있는 사람은 복이 있다. 나는 안타깝게도 이십 년 전 나의 하나 밖에 없던 바람과는 달리 그런 사람이 되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새로운 단일 정체성으로 전환하여 승부를 본 것도 아니다. 두 정체성을 모두 가진 상태에서 나는 늘 분열되어있다. 그 어느 것에서도 만족하지 못하는 동시에 그 어느 것도 내려놓을 수 없는 중첩된 삶을 나는 지금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과정이 긴 인생이라고 믿고 싶다. 너무 일찍 도착한 결승점에 선 사람보다 더 풍성한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믿고 싶다. 중간에 낀 듯한 어정쩡함이 늘 마음 한 편에 자리 잡고 있지만, 나는 이 중첩을 가능한 즐기려 한다. 이것이 나의 고유한 개성이고, 이것이 현재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나를 사랑하는 삶, 그러나 나를 향하지 않는 삶. 2026년이 어떨지 아무도 가 보지 못한 길일 테지만 나는 지금의 내 모습을 끌어안고 주어진 일에 감사하며 성실한 지속으로 모든 순간순간을 채우리라. 가족과 함께 하게 되면 더욱더 좋은 남편, 좋은 아빠로 설 수 있도록 나를 먼저 사랑하리라. 모든 걸 끌어안을 수 있는 더욱더 큰 나로 거듭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