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monologue

감기로 수놓은(?) 새해 첫 주

가난한선비/과학자 2017. 1. 25. 02:45

사흘 내내 나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던 몽환의 구름을 헤치고 드디어 오늘, 음식 맛을 다시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무감의 몽롱함은 겪어본 사람만 안다. 그 저항할 수 없는 짙은 암흑의 힘.


첨엔 아내의 감기 증상을, 그 고통을 몸으로 나누는 거라며, 그래서 아내에게 이 미련한 남편 놈도 도움이 될 때가 있다며, 멋쩍게 큰 소리치며 자위했었지만, 어젠 둘 다 최대치에 다다른 독감의 위력에 완패를 당했다. 타이레놀도 더 이상 듣질 않았다. 이래가지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겠다는 절박함에 한밤 중에 우린 다른 성분의 진통제를 찾아 차를 몰고 왈그린으로 향했다. 물론 새로운 진통제가 효과가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그러나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거라곤 그게 전부였다. 너무나 지치고 피곤해 약을 먹고 잠이 들었다. 휴가가 고작 3일 남은 날이었다. 새해가 시작한지 3일째 되는 날이었다.


우리의 새해 첫 주간이 감기로 얼룩져 버렸다고 말하고 싶진 않았다. 액뗌했다는 무속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도 않다. 대신, 감기로 수놓은 덕분에 보다 끈끈한 가족의 힘을 몸으로 충.분.히. 함께 나누었다고 말하고 싶다.


그래, 6개월만 지나면 드디어 3년만에 가족이 다시 함께 살 수 있게 됐잖아. 그게 우리의 2017년이잖아. 함께 한다는 건 행복한 일이지만, 그것이 마냥 기쁜 일로만 충만한, 그런 단조로움이 아니잖아. 힘들 때도 함께 한다는 건, 그 고통을 함께 짊어질 수 있을 만큼 서로를 사랑한다는 뜻이잖아. 기쁨과 슬픔과 분노와 두려움이 함께 잘 어우러져야 건강한 롱텀 메모리가 형성되고, 비로소 행복이라는 이름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거잖아 (아들과 함께 본 만화영화, Inside out 에서 얻은 영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