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monologue

미련함

가난한선비/과학자 2017. 8. 4. 02:17

늘 곁에 있던 소중한 사람이 떠나고 나면, 지겨울 만큼 함께 했었고 하찮을 만큼 소소했었던 일상이 먼저 생각나고 그리워진다. 내 안에 깊숙이 스며든 떠난 그 사람은, 남겨진 나의 일상에 고스란히 배여 있다. 사랑은 함께 하는 작은 일들로 이루어진다.


아름다운 모습보단, 짜증을 내면서도 도와줘야만 했던 그 사람의 약했던 부분이나, 인내로 오래 참아내야만 했던 그 사람의 고집이 그립다. 향기로운 향수향보단 정수리에서 나던 그 사람의 머리 냄새가 그립다. 때 하나 타지 않은 새하얀 양말보단 차라리 살갗이 드러나기 직전의 회색 때탄 양말이 그립다. 단정하게 차려 입은 모습보단 아침에 일어난 직후의 헝클어진 머리나 부은 얼굴이 그립다. 그 사람이 그립다.


함께 했던 소중한 사람을 향한 그리움의 색깔은 연애할 때의 그 핑크가 아니다. 오히려 무색이다. 함께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익숙해져서 한 몸이 되어버려 그것으로부턴 아무런 색깔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무친 그리움은 향기롭지도 않다. 오히려 눅눅한 베개에서 나는 냄새에 가깝다. 빨아도 지워지지 않는 일상 그대로의 냄새다.


오늘 하루 어땠어요? 라고 묻는 것은 큰 기쁨임에 틀림없다. 소중함은 함께 함이다. 함께 함은 소중함이다. 아. 난 왜 항상 지나치고서야 뒤늦게 깨닫고 그리워하는 걸까. 이 미련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