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monologue
낯선 시작
가난한선비/과학자
2017. 8. 4. 02:26
무언가 잘못됐다는 건 알아챘지만, 그때까지 굳어진 삶의 방식 때문인지 그렇게 알아채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광장에 나와보니 나와 같은 사람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모두가 알아채고는 있었으나 아무도 그것을 깨부수거나 넘어서려고 하지는 않았다.
익숙해져버린 옷과 같았다. 비록 잘못됐지만 그것마저 벗어버리면 발가벗겨질 거라는 수치 때문이었다.
그렇게 투덜대면서도 이미 모든 것을 그것에 예속시켜버렸고 그래서 본래의 모습까지 잃어버리고만 것이다.
개혁이란 말은 익숙하나 개혁은 낯설기만 하다. 개혁은 익숙함으로부터의 탈출을 동반한다. 그것이 겨우 원점으로 돌아가는 길임에도, 겨우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길임에도, 그래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일이어야 함에도, 우린 힘들기만 하다.
용수철은 탄성력을 잃으면 그저 쇳덩어리에 불과하다. 우린 용수철 끝에 달린 존재다. 난 아직 탄성력이 남아 있다고 믿는다. 아직 기회가 있다. 희망까지 버릴 필요는 없다.
아무리 좋은 타겟도 명중시켜야 가질 수 있는 것이고, 명중시킬 줄 아는 능력이 있더라도 영점조정이 되지 않은 총으로는 실력 발휘를 할 수 없다. 그렇다. 지금 우리는 겨우 영점조정하는 단계에 있다. 지금 필요한 건 남아 있는 탄성에 감사하며 그것에 힘입어 정확한 영점조정을 하는 것이다. 낯설지만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