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자의 교만을 엿보다.
실패자들의 모임엔 성공자들의 모임에서보다 좀 더 강한 연대가 형성된다. 저마다 자신들의 성공 노하우를 은근슬쩍 자랑을 섞어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보다, 적어도 한번씩은 고배를 마셔본 과거의 아픔을 공유하는 편이 인간의 감정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자신과 같은 편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형성되기 때문이다.
실패자들은, 자신들이 실패했지만 그 실패를 통해 이전보다 성숙해졌다고 스스로 믿게 되고, 이를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을 받으려고도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것이 다분히 성공자들에 대한 열등감과 적대감에 그 기반을 둔다는 점이다. 실제로 그들은 실패 후 성숙해지기라도 하지 않았다면 자신의 실패는 그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돼버릴까봐 겁이 나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성공자들을 늘 의식하고 비교하며 그들을 제물 삼기를 좋아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실패자들의 반사작용은 새로운 스타일의 우월함을 비밀스럽게 양산하는데, 그것은 성공자들이 자기네들보다 성숙하지 못하다고 치부하면서 스스로 교만해지는 것이다. 언제부터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어느새 그들에게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 성숙함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그들 역시 실패와 성공의 기로를 맞이하기 전까지는 분명 똑같은 가치관을 가졌었더랬다. 성공하여서 특권층에 먼저 가고 싶었다.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 지배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과연 그들이 얻은 유일한 교훈인 성숙함이란 것이 그들을 정말 성숙하게 만들었는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여전히 성공과 실패의 논리에 묶여 있으면서 어떻게 성숙해졌다고 말할 수 있는 건지, 그저 똑같은 잣대를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 자리만 옆으로 옮긴 건 아닌지 재고해 봐야만 한다. 성숙함은 자기기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패자들의 교만은 차라리 성공자들의 교만을 그립게 만든다. 솔직히 더 역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