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Family Vacation. Day 1
2017년 6월 26일 월요일.
Hoover Dam & Grand Canyon.
4박 5일간의 여행 첫 날이다. 오늘의 일정은 아주 간단하다. 여기 LA에서 그랜드 캐년으로 가는 길에 있는 후버 댐을 둘러보고, 미리 예약한 그랜드 캐년의 마더 캠프그라운드에 도착해 텐트를 치고 저녁 먹고 자는 것이다. 2박 캠핑을 계획했는데, 한 가지 걱정은 일행 중 4분이 60-70대의 어르신이라는 점이다. 과연 모든 과정이 별 탈 없이 진행될지 미지수다. 그러나 계획 세우기 전 이미 자신만만함을 보이신 4분의 말씀을 믿고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어찌됐든 모두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모든 일정을 계획했던 난 전적인 하나님의 보호하심을 구하고 의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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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 출발 예정이었다. 그러나 어제 우린 (양가 부모님과 아내와 아들과 나, 총 7명) 일주일 여행을 위해 미리 렌트한 8인승 미니밴으로 산타모니카에 가서 즐기느라 예상 외로 많은 시간을 보냈고, 캠핑을 준비하느라 모두 자정이 넘어서 잠이 들었기 때문에, 계획은 계획으로만 남을 수 밖에 없었다. 벌써 8시가 넘었다. 곧 출발한다.
미니밴 지붕에다 텐트 3개, 매트리스 3개, 침낭 7개를 올리고 단단히 고정했다. 덕분에 여유로워진 실내에선 먹을 것과 입을 것으로 채우고 풍성한 마음으로 여행길에 오른다. 운전은 내가 도맡아 하기로 했다. 5일간 예상 운전 시간은 20시간이 조금 넘는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7명의 생명이 내가 잡은 운전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니 어깨가 무겁다. 하지만 작년 인디애나에서 캘리포니아로 이사올 때를 생각하니 한결 부담이 덜하다. 즐기자. 그리고 성실히 최선을 다하자. 하나님이 함께 하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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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번 고속도로를 타고 동쪽으로 4시간 남짓 달리면 라스베가스가 나오는데, 우린 라스베가스를 눈 앞에 두고 우회전을 하여 후버댐으로 향할 것이다. 라스베가스는 그랜드 캐년, 브라이스 캐년, 그리고 자이언 캐년을 무사히 즐기고 집으로 가는 길에 마지막으로 들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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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아론의 송아지"의 저자, 임택규 집사님의 조언을 기억해낸 덕분에, 캘리포니아에서 네바다로 건너갈 즈음, 광활한 대지에 펼쳐져 있는 눈부신 태양광 발전소를 우리 모두가 차 안에서 바라볼 수 있었고, 그 어마어마한 규모에 감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임 집사님께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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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가스를 뒤로 하고 달린지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아름다운 푸른색의 호수를 마주한다. 4시간 가량의 운전으로 우리들의 눈은 사막과 같은 황량함에 벌써 조금씩 익숙해져 가고 있었는데, 뜬금없이 갑자기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이다.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아스팔트 위로 펼쳐진 신기루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햇살에 비춰진 호수의 푸른빛이 눈부시게 빛난다. 내리막길 끝에 자리하고 있어 이대로 전진하다간 그대로 빠질 것 같다. 기분 좋은 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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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만 보던 후버댐이다. 댐을 마주한 높디높은 다리 위에 올라 댐의 전경과 그 뒤에 펼쳐진 푸른 호수 (저수지라고 해야 옳은 표현이지 싶다)를 보니 사진 속에 들어온 기분이다. 네바다와 아리조나의 경계에 있어서 그런지 댐의 양쪽에 각각 그 주의 시간을 가리키는 시계탑이 상징처럼 서 있다. 부모님들은 신기해 하시며 연거푸 사진을 찍으신다. 그나저나 여긴 그야말로 찜질방이다. 온도는 화씨 105도를 가뿐히 넘겼고 피부는 뜨겁다 못해 마르는 듯한 느낌이고 숨쉴 땐 마치 내가 증기기관차가 된듯한 느낌이다. 이동식 실내에어컨이 있다면 그 속에 들어가 돌아다니며 경치를 구경했으면 좋겠다. 다 좋은데 딱 한 가지 오점이 무더운 날씨다. 후버댐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불평하지 않기로 한다. 여긴 사막 한 가운데이니까. 그래 아주 괜찮은 합리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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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캐년에 도착하기 전 마지막 도시인 Kingman에 잠시 들려 먹을 것과 필요한 것들을 사기로 했다. 덩치 좋은 수박 한 덩어리랑 물을 왕창 샀다. 팝시클도 많이 샀다. 아들 녀석뿐 아니라 나도, 어르신들도 팝시클 하나에 기분이 금새 좋아진다. 사막의 무더위는 사람을 단순하게 만드는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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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렸다. 해가 뉘엿뉘엿 지려고 한다. 얼른 텐트를 쳐야만 한다. 다행히 두 아버님들의 손이 의외로 날렵하시다. 두 어머님들은 저녁 식사를 준비하신다. 별 말이 없어도 서로서로 통한다. 난 하루 종일 운전 때문에 신경을 써서 그런지 텐트를 치자마자 피곤이 몰려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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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고 대충 씻고 각자 랜턴을 들고 텐트 안으로 들어간다. 엄청나게 피곤한데 이상하게 잠이 오질 않는다. 한숨을 쉬며 하늘을 봤는데, 아... 별이 쏟아질 것 같다. 이 얼마 만에 보는 별천지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