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Family Vacation. Day 4
2017년 6월 29일 목요일.
Zion Canyon & Las Vegas.
거의 씻고 잠만 자서 아쉽긴 했지만, 제한된 시간에 보다 나은 기쁨을 만끽하기 위해서 우린 Airbnb를 아침에 출발해야 했다. Kanab에서 Zion Canyon은 1시간만 차로 달리면 되는 거리라서 마음이 한결 가볍다. 벌써 여행 나흘째다. 내일이면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누적된 피로함은 곧 연장하고픈 행복함으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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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ion Canyon 하면 Narrows다. 작년에 여길 들렸을 때에는 비가 온 직후라 물이 많아 출입을 하지 못했었다. 그 때의 아쉬움은 오늘 사랑하는 양가 부모님과 아내와 아들과 함께 하는 여행에 더욱 기름칠을 한 셈이다. 셔틀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서, 거기서 내려 조금 걸어서 Narrows에 진입하기로 했다. 청명한 하늘, 적당한 구름. 대자연 속에서 우리도 창조세계의 일부임을 만끽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날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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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nd Canyon과 Bryce Canyon을 비교한 적이 있다. 그 유닉한 차이점과 장점을 말이다. 여기 Zion Canyon 역시 또 다른 독특함을 가지고 있다. Grand, Bryce, 그리고 Zion 순으로 여행 계획을 잡았던 것은, 사실은 효율적인 동선을 고려했던 처사였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본의 아니게 대자연은 모두가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점점 우리에게 다가왔다. 한층 더 가깝게 다가온 이 아름다움 속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마음껏 풍덩 빠지는 것이 오늘의 일정이 되겠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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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워터슈즈를 준비하지 못했지만, 신고 있던 운동화나 샌달을 희생시키기로 만장일치 합의를 본 건 10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우린 들뜬 마음을 품고 진입로에서 사진을 한 장 찍은 후 곧장 Narrows에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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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불허전이다. 사람들이 왜 Narrows를 그리도 칭찬하며 꼭 경험해 봐야만 한다고 말하는지 비로소 알듯하다. Narrow는 좁은 골짜기를 따라 나 있는 계곡물을 거슬러서 올라가는 트래킹 코스다. 물을 옆에 두고 구경하면서 걷는 곳이 아니라, 직접 물 속에서 걷는 코스인 것이다. 주위의 경관이 장엄하면서도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직접 그 속에서 자연과 일체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이 트래킹 코스의 포인트가 되겠다. 제대로 장비를 착용하면 더 쉽고 더 멀리 계곡 위로 올라갈 수 있겠지만 (사실 장비를 대여할 수도 있다), 우린 완주나 더 멀리 가는 것에 목적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1시간 정도 천천히 자연을 누리며 올라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계획을 세웠다. 바지를 걷어 올리신 두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이미 동심으로 돌아가신 듯한 표정이다. 어린 시절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시던 그 때 그 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다. 이 어마어마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발로 걸으며 온 몸으로, 오감으로 느끼는 이 경험. 정말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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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하나가 되어 보낸 아름다운 시간을 뒤로 하고 차에 올랐다. 아쉬움이 남지만 해가 지기 전에 라스베가스에 도착하는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다. 3시간 정도 차로 달리면 되니까 그리 부담되는 거리는 아니지만, Narrows에서 두 시간 이상을 보내고 난 후라 그런지 은근한 피곤함이 느껴진다. 너무나 신선하고도 즐거웠던 까닭에 그 땐 전혀 느끼지 못했지만, 차에 올라타니 연어처럼 물살을 거슬러 올라갈 때 느꼈던 물의 저항이 이제서야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 같다. 아자.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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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과 마찬가지로 Hampton inn에 숙소를 잡았다. 내가 미국 여행할 때마다 이용하는 Inn이다. 가격도 합리적일 뿐 아니라, 주차도 무료인데다가 수영장도 맘껏 이용할 수 있고, 유일하게 따뜻한 아침식사를 제공하는 Inn이기 때문이다. 짐을 풀고 라스베가스를 걸어서 구경하기로 한다. 아내와 아들은 수영장에서 놀겠댄다 (사실 8살짜리 아이에게 라스베가스의 밤거리는 교육적이진 않다. 반면교사 삼을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에도 너무 이르다). 어르신 4분을 모시고 왕복 2시간 정도의 관광 코스를 잡았다. 다리를 건너면 곧바로 그 유명한 호텔들이 즐비하고 휘황찬란한 네온싸인이 번쩍거리는 거리를 걸을 수가 있다. 첫 번째 목적지는 객실 수가 제일 많다는 MGM Grand 호텔이다. 안에 들어가 영화 속에서나 보던 카지노장에 직접 들어가서 구경할 계획이다. 그리고 천천히 거리를 구경하면서 Bellagio 호텔까지 걸은 후 다시 반대편 길로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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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도 채 되지 않는 산책이었지만, 모두들 라스베가스를 충분히 경험하신 것 같다. 자연스럽게 그 동안 산책했던 Grand, Bryce, 그리고 Zion Canyon에서의 그것과 비교하지 않을 수가 없으셨던 모양이다. 세 개의 Canyon에서의 경험이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를 누리며 그 안에 들어가 일체감을 맛보는 것이었다면, 라스베가스에서의 산책은 인간의 창조물을 맛보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인간의 작품이 하나님의 그것과 비교하니 조잡하기 그지없다. 몇 시간 전만 해도 Narrows에서 얼마나 행복했었던가! 그 오감으로 체감했던 모든 경이로움이 이 라스베가스의 단 2시간의 산책으로 뭐랄까... 오염된 기분? 이 들었다 (입맛 배린 기분 ㅜㅜ). 그래도 인정할 건 해야지. 대단하다. 인간들. 사막 한 복판에 이런 거대한 도시를 세우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