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12.Cleveland
2011년 4월 12일 화요일, Cleveland
날씨가 흐리다. 바람이 거세게 분다. Lisa가 보내준 리무진을 타고 공항을 조용히 빠져 나온다. 20분 남짓 시속 80km 정도의 속도로 쉬지 않고 달려 도착한 곳이 바로 Cleveland Clinic. 참 작고 시골 같은 풍경이다. 친절한 운전기사 아저씨의 설명에 따르면 Cleveland Clinic은 거대한 영역에 걸쳐 산재되어 있단다. 내려서 보니 정말 보이는 모든 건물이 Cleveland Clinic 소속이다. Harvard Medical School 주위와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 같지만 사뭇 다른 느낌. 조금은 더 안정되어 있고 조금은 더 조용한 것 같다. Harvard에서 느꼈던 학구적인 분위기는 느낄 수 없지만 세계 최고의 병원이라는 사실이 피부에 직접적으로 와 닿는다.
건물 안에 들어가니 그 깨끗함에 압도당한다. 누군가가 디자인해 놓은 듯 모든 건물은 서로 skyway라는 통로로 이어져 있고 각 건물마다 특색을 가지고 있다. 그냥 환자들의 병만 치료하는 병원이 아님이 틀림없다. Clinical한 측면과 Research의 측면이 어찌 이리도 잘 조화되어 있을까. Facility와 분위기로만 판단하자면 여기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은 지극히 당연한 거다.
Dr. Byzova는 40대의 젊고 능력 있는 여성 과학자다. 홈페이지에서 사진으로만 보던 느낌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뭔가 통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나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음이 틀림없다. Russia 출신인데도 발음이 너무 듣기 편하다. 벌써 미국에서의 일정이 열흘을 넘어가는 즈음이라 그럴까? 거의 모든 말이 다 들린다. 조금은 생소한 분야인데도 이해하기 쉽다. 나를 필요로 하는 것 같다. 여기 오면 나도 편한 마음으로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하나님께서 예비해 주신 곳이 여기일까?
Columbia와 Harvard와는 다르게 인터뷰 일정이 짧다. 랩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을 돌아가면서 일대일로 만나는 방식이 아닌 세미나를 마치고 나서 다같이 점심 먹으면서 이야기하는 방식이다. 세미나를 마치고 나니 반응이 좋다. 세 번의 세미나 중 가장 맘이 편하고 잘 한 것 같다.
세미나와 디스커션을 마치고 다시 office로 돌아와 Dr. Byzova와 대화를 나누는데 분위기가 세미나 하기 전보다 더 좋다. 발표뿐 아니라 디스커션 과정에서 내가 더욱 맘에 들었나 보다. Cleveland Clinic에서 선정하는 Innovator award도 세번씩이나 받았고 해마다 선정하는 최우수 교수 중에 한 명으로 뽑혔지만 전혀 권위가 느껴지지 않는다. 가족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확실했고 Science를 바라보는 관점이 실제로 나와 많이 닮았다. What else? What else? 하면서 나에게 좀 더 많은 좋은 정보를 주고자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다. 연구 이외의 측면에서도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그리고 웃으면서 하는 말, “…..I’m offering……”
첫 느낌과 전혀 무관하지 않게 모든 게 잘 맞아 떨어졌다. 그래도 끝까지 내 생각이 bias되지 않도록 기도했다. 끝까지 나의 유익과 상관없이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곳으로 인도해 달라고 말이다. 그런데 바로 그 곳이 여기인 거다. 아. 역시 하나님께선 완벽하게 예비해 두셨구나! 너무나도 확실한 문이 예비되어 있었고 현장에 직접 와서 믿음으로 담대하게 두드리니 활짝 열리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