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 만남의 축복.
세상엔 정말 배울 사람들이 많다. 예전엔 몰랐다. 그러나 고개를 들고 눈을 뜨니, 주위에 스승이 차고 넘친다.
국민학생 시절, 허구한 날 목장에 친구들을 이끌고 (난 골목대장이었다 ㅋㅋ) 목장에 가서 잠자리 잡고 매미 잡고 가재 잡고 메뚜기, 개구리, 풍뎅이, 하늘소, 사슴벌레 등등을 잡으러 사방팔방을 돌아다녔다 (방학 숙제로 나온 곤충 채집에선 단연 1등이었다. 아빠가 소주로 박제하는 부분을 도와주셨던 기억이 난다). 한 여름에는 폭포에 가서 물장구를 치며 수영도 곁눈으로 배웠다. 중학생 시절, 추리 소설을 시작으로 책을 만났고 (아가사 크리스티 빨간 책을 몽땅 어떻게든 구해서 다 읽었다), 여러 문학 작가들의 책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자유롭게 만났다 (칼릴 지브란의 그 신비한 매력에 한 동안 빠져 지낸 적도 있었다. 물론 도서관, 서점 할 것 없이 물불 가리지 않고 그의 책을 다 찾아서 읽어냈다). 고등학생 땐 문학 시간이 제일 좋아 비록 교과서에 나오는 책이지만 도서관에서 그 책을 빌려 읽었었다. 그리고 나의 독서는 내가 이과를 선택하고 수학 과목에 재미를 들이면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다.
이후, 지속적이긴 했지만, 간간히 일기나 끄적거리던 대학생 시절도 있었고 (역시 책은 읽지 않았다. 나모 웹에디터와 mysql과 php 언어로 만들어진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었고, 혼자 조립하고 윈도우부터 모든 걸 다 혼자 설치한 개인 컴퓨터에 아파치 서버를 설치하고 구동시키면서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었다. 그 많던 숙제를 마치고 오토바이를 타고 기숙사 방으로 피신하듯 들어와 창 밖의 대나무 소리를 들으며 글을 쓰던 때가 아직도 종종 생각이 난다), 이후로 마흔이 다 되어서 다시 시작했던 독서와 글쓰기 덕분에 지금과 같은 많은 스승을 만나게 된 것이다.
어쩌다가 캘리포니아로 이사오게 되었고 (이것조차 내 의지가 아니었다. 보스 따라온 것이다), 페이스북을 통해 어쩌다가 오렌지카운티 독서모임을 알게 되었다. 김동문 선교사님, 김병주 집사님, 정경 집사님, 임택규 집사님, 권태형 집사님, 정광필 집사님 등등 내로라하는 내공 2000의 스승들이 아지트를 만들고 있는 곳이다. 난 어딜 보나 막내다. 독서량이나 지식의 양이나 깊이나 연륜 등등, 부끄러울 정도로 난 새발의 피다. 하지만 전혀 기분 나쁘지가 않다. 배운다는 건 기쁨이기 때문이고, 스승과 함께 한다는 건 너무 큰 축복임을 알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책 읽고 책장에 그냥 꽂아두기가 미안해서 쓰기 시작한 내 감상문이 통로가 되어 알게 된 여러 서평가들도 나에겐 모두 스승이다. 정현욱 목사님, 방영민 목사님, 그리고 김후우카 사모님이 대표격이다. 이들의 글을 읽는 건 정말 행운이다.
그 외에도 유영성 실장님, 이철규 원장님, 크리스조 목사님, 김관성 목사님, 이범의 목사님의 글을 읽는 것도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르겠다.
아직은 목이 마르다. 좀 더 읽고 좀 더 쓰며 깊어지고 싶다. 잔재주가 아닌 깊이 있는 내공을 갖춘 글을 언젠가는 꼭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