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monologue
매정한 아름다움
가난한선비/과학자
2017. 11. 25. 07:53
어쩜 이렇게 얄미울 수가 있을까. 허겁지겁 시간에 쫓기며 타이트하게 계획했던 일들을 간신히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막히는 차 안에서 피로와 불만에 가득 찬 채 기계 같은 눈이 되어 바라본 저녁 하늘은 너무나 아름답기만 하다.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저 하늘은 내 마음을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것만 같다.
모든 촉각이 곤두설 만큼 시간을 일일이 세며 보냈던 오늘 하루도 벌써 꿈처럼 느껴진다. 내가 보내고 있는 시간과 내가 존재하는 이 세상이 이렇게도 매정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 아직도 내 안에 내가 너무 많기 때문이리라. 하늘이 높고 푸르며 그토록 아름다운 이유는, 아니 그래야만 하는 이유를 오늘은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