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살면서 천재들을 만날 때가 있다. 그들은 드물지만 실재한다. 나도 여러 명의 천재들을 만나왔다. 최근에 어떤 글을 봤다. 예전에도 본 글이다. 천재를 이기는 방법. 경쟁하지 말고 그냥 먼저 보내주라는 것이다.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경쟁해봤자 이길 수 없기 때문이고 설사 이긴다 해도 그것이 본인에게는 전력을 다해야 하는 일인 반면, 그 천재에게는 그저 일상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가끔 어느 순간 천재들을 이긴다 하더라도 그 승리감은 단 몇 초동안만 유지되다가 금새 사라져 버릴 것이며, 더구나 그 천재는 절대 졌다고 생각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들은 시합에 별 관심이 없다. 이기는 것 자체에 별 의미를 두지 않는다. 승리감이나 패배감 따윈 그들에겐 사치다. 그런 것 때문에 천재성을 발휘하는 게 아니다. 그러므로 이기고 싶어하는 천재? 혹시라도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한다면, 그 사람은 천재가 아닐지도 모른다. 천재인 척하는 그냥 똑똑한 사람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
천재들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들은 그들의 페이스가 있다. 조절할 수 없는 그 탁월한 속도. 웬만해선 그 어떤 것도 그들을 멈추게 할 수는 없다. 가족도, 연인도 아무 소용없다. 그래서 보통 천재들은 가정 생활에서 특별한 배려와 대우를 받고 있다. 이해심과 인내심이 그 천재를 둔 가족에겐 가장 필요한 덕목일 것이다. 평범하게 살지 못하는 건 결국 그 천재만이 아니다. 슬프게도 그 천재의 가족, 특히 아내나 남편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천재가 인류에 큰 공헌을 할 수 있을진 몰라도 바로 곁에 있는 가족들에게는 그렇지 못하다. 늘 받기만 하는 존재일 수 있는 것이다.
운명이라 생각하고 이해와 배려, 그리고 인내로써 그 천재와 함께 인류에 공헌을 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오늘도 천재의 가족들은 하루를 버텨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일은? 우리가 할 일은 그냥 응원해 주면 되는 것이다. 그 천재에게, 가정도 중요하니까 속도를 좀 줄이라고 독촉하거나, 몸도 챙기고 여유를 좀 즐기라고 권면하거나 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별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저 가장 밝은 불빛 아래 있는 등잔 밑의 가족들을 도와주는 것이 평범한 사람들인 우리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싶다.
천재가 아님이 감사한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