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faith

거룩함

가난한선비/과학자 2017. 11. 25. 07:56

실내가 춥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데 그 때, 잠시만이라도 밖에 나갔다가 들어와보면, 오히려 실내가 더울 뿐 아니라 환기가 필요하다는 생각까지도 하게 된다. 정체됨은 우리를 가두고 옹졸하게 만들 뿐 아니라 이기적으로도 만든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그곳은 결국 악취가 나게 되어 있으며, 신선한 공기의 유입이 없는 한 그 나라의 왕은 혼자만 느끼는 추위에 불평하고 고통받다가 파멸에 이르고야 만다.


자신의 왕국이 더할 나위 없이 편한 이유는 자기 맘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시기는 아쉽게도 제한되어 있다. 정체된 대기에서는 열렬히 호흡할수록 산소의 양은 더 빨리 줄어드는 법이다. 새로운 산소는 외부에 있다. 살고 싶다면 편함을 버리고 밖으로 나가든지 튼튼히 쌓아올린 성벽을 허물고 외부의 신선한 공기를 받아들여야만 한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바깥으로 나가자. 성벽을 허물자. 창문을 활짝 열자. 거룩함은 높은 성벽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거룩함은 그런 곳에 고이지 않는다. 거룩함은 흘러야 하고 바깥으로 보여져야 한다. 그리고 지속된 세상의 조류 속에 위치해야 한다. 거룩함을 고이게 하지 말아야 한다. 거룩함은 결코 편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