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monologue

일상의 파편

가난한선비/과학자 2017. 12. 14. 06:10

많은 말을 한다. 억울한 일이 많았던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난잡하다.


토로하다가 여러 느낌이 한꺼번에 몰려올 때면 보통 우린 아직 공감받지 못한 이야기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어떤 이야기로 돌아와도 만족하지 못할 때가 있다. 이미 문제의 차원이 대화의 진실성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대화가 과연 모든 문제의 해결책일 수 있을까? 난 그렇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대화를 통해 신뢰를 얻을 수도 있고 비로소 문제를 직시하고 올바른 답에 이르는 길을 발견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코 대화 자체에 답이 보란듯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대화는 아주 중요하고 효율적이며 또 평화로운 문제 해결의 한 방법이지만, 대화를 했다고 해서 답을 늘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외부로부터의 자극은 내부에 있는 마음과 생각, 그리고 때로는 오래된 기억에 이르기까지 무언가를 클릭하게 되고 새로운 시냅스를 만들게 된다. 얇고 수많은 시냅스들이 하나의 굵은 시냅스를 구성하듯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의 생각과 마음이 정리가 된다. 그리고 이는 장기 기억으로 전환이 되어 우리의 잠재의식과 무의식의 레벨까지도 터치하게 되며, 우리의 의식을 통하지 않고도 우리를 다스리게 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가 익숙한 일상의 조각들은 대개는 이러한 정리를 할 수 있을 만큼의 동력이 없다. 물론 우리가 살면서 종종 만나게 되는 큼직큼직한 사건들은 그런 힘을 가진다. 그러나 자칫 트라우마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러한 사건들은 위험한 존재로 여겨지는 것이다. 고난을 겪고 난 이후의 삶의 자세가 사람마다 천차만별인 하나의 이유다.


가끔, 아주 가끔은 일상의 파편으로부터도 어떤 힌트를 얻어 깊은 깨달음에 이르기도 한다. 난 이런 기회를 감히 축복이라 부른다. 기도 응답일지도 모른다. 쉽게 지나치는 것들로부터 큰 사건을 겪고도 깨닫지 못하는 메시지를 잡는다면, 이것만큼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것이 또 있겠는가.


여유가 생긴다는 것은 좋은 사인이다. 쉽게 요동하지 않는 평안을 스스로 찾아 누릴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큰 축복일 것이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이 슬프지만은 않은 이유다.

독서와 묵상을 통한 깨달음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사람 사이의 대화에서보다 더 중요한 답을 제공해 줄지도 모른다. 한낱 탁상공론이 될 때도 있고 삶에 별 영향을 못 끼칠 확률도 크지만, 난 끊임없이 읽고 배우고 생각하고 나누는 것이 좋다. 인간 사는 재미는 비단 목표 달성에만 있는 게 아니다. 일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일, 난 여기에서 만족과 행복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