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monologue

잃는다는 것 그리고 버린다는 것

가난한선비/과학자 2011. 6. 10. 10:35
'잃는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하지만 '버린다는 것'은 결국 내 손에서 사라지는 결과는 매한가지이겠지만, 슬픈 일이 아닐 것이다.
아마도 후자에게는 의지라는 게 담겨 있어서 일게다.
즉, 버린다는 것은 능동적인 잃음이라고 해야 그래도 엇비슷하게 의미를 전달하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자면 잃는다는 것은 수동적인 빼앗김으로 대치될 수 있는데,
어찌 보면 그저 슬픈 일이라기 보단 억울함이 내재된 어쩔 수 없는 치욕스러운 일일 수도 있겠다.

말장난일 수도 있겠지만, 결국 잃는다는 것과 버린다는 것의 차이는 이렇듯 극명한 게 틀림 없다.
그렇다면 이번엔 lose의 측면이 아닌 gain의 측면은 어떨까.
그런데 재미난 것은 잃는다는 것의 반대말은 얻는다는 것이지만, 버린다는 것의 반대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즉, 버린다는 말은 단지 의지를 나타내는 의미에 불과한 것이다.
'잃어버리다'도 가능하지만, '얻어버리다'도 가능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버리다'의 default 의미는 '없애다'이기 때문에 '얻어버리다'의 뜻이 해석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얻어버렸다는 것은 내가 어떤 것을 취했다는 뜻과 내가 취했기 때문에 원래 있던 곳에서는 그 어떤 것이 없어졌다는 뜻을 포함하는 게 아닐까 싶다.
이런 의미에서 보자면 '버린다는 것'의 반대말은 '얻어버린다는 것'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얻는다는 것'은 기쁜 일일 수 있겠지만, '얻어버린다는 것'은 기쁜 일을 말할 때 사용하진 않는다.
후자에게는 능동적인 의지가 담겨 있다 해도 무언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취한 행동이라 여겨진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나쁜 습관은 잃/고 싶어하는 게 아니라 버/리/고 싶어하며,
좋은 습관은 얻/어/버/리/고 싶어하는 게 아니라 얻/고 싶어하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