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monologue

성경

가난한선비/과학자 2018. 1. 12. 02:36

성경.


이틀 연이어 이곳 LA에도 비가 내렸다. 우산을 써야할 만큼의 비였다. 비가 멈추니 길바닥엔 낙엽이 천지다. 한 겨울인 1월 중순, 여기 서던 캘리포니아는 낙엽 치우기가 한창이다. 반팔 차림으로 갈퀴를 들고 낙엽을 치우는 사람도 있다. 2년전만 해도 겨울에 눈 한 번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 속의 조그만 바람이 벌컥 현실이 되었지만, 나는 이렇게 아이러니하게 다시 눈을 그리워한다.


2018년이 시작된 지 열흘이 지난다. 벌써 책 3권을 읽어버렸다. 이 속도라면 한 달에 9권, 일 년이면 100권이 넘을테다. 허나, 워워… 그러지 말자고 다짐한다.


사실 열흘간 3권의 책을 먹어치우고 감상문까지 쓰고나니, 어제밤 내게 웬지모를 공허함이 찾아왔었다. 아는 것이 늘어나고 깨닫는 것도 많아지는데 느닷없이 공허함이 찾아오다니… 당황스러웠다. 다른 책을 찾았다. 읽다 만 책을 다시 시작해봤고, 새로운 책을 꺼내 읽어도 봤다. 아니다 싶었다. 멍한 눈으로 스탠드 불빛이 비춰진 벽을 바라보다가, 책장이 아닌 책상 앞에 떡하니 놓인 까만색 성경책에 눈이 멈췄다.


성경 읽는 시간을 늘리기로 결심했다. 마침 에레츠 교회 정현욱 목사님께서 매일 성경 강해를 올려주신다. 차근차근 따라가며 성경 본문을 묵상하는 시간이 오히려 많은 책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것보다 나의 목적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게 내 지론이다. 어제 야고보서 1장을 읽고 묵상을 했다. 수십 번 읽었던 본문이며 여러 번 들었던 설교 본문이었고, 대부분 사람들이 마음을 담아 성경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겠지만, 새로웠다. 처음 보는 것 같은 구절도 있었다. 좋았다. 마음이 만족스러웠다. 이거다 싶었다. 올해는 꼭 성경 1독을 해내겠다. 통독이 아닌 정독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