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선물.
기분 좋은 바람, 일부러 길을 돌아서 걷는다. 눈을 들어 하늘을 보니, 산 위로 큰 새 한 마리가 원을 그리며 높이 날고 있다. 날개 짓 하나 하지 않고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유유히 하늘을 누빈다. 갑자기 시끄러웠던 세상은 적막 속에 빠지고, 모든 것은 정지된 것만 같다. 새만 혼자서 고요한 자유를 독차지하여 음미하는 듯하다. 푸른 하늘, 높은 산, 기분 좋은 바람... 오랜만에 느끼는 고요한 평화다.
2월에 불청객처럼 찾아온 크리스피한 대기는 캘리포니아의 강렬한 태양도 벌써 포근한 햇살로 길들여버렸다. 덕분에 하늘까지 청명한 느낌이다. 내가 좋아하는 청명한 하늘. 동부에 살 때였다. 한 겨울, 추위에 떨면서도 난 저 높은 곳에서 홀연히 빛나는 하늘의 푸르름 앞에 설 때면 종종 숙연해지곤 했다. 청명한 하늘은 언제나 내 감성을 일깨워주었기 때문이다. 무언가에 빠져 있다가도, 무언가에 쫓기며 살다가도, 그 푸르름은 늘 나의 온전한 정신을 회복시켜주었다. 거기엔 자유와 평화가 있었다. 이는 언제나 내게 좋은 시상을 가져다 준다.
요 며칠 꽤 추웠다. 겨울 외투를 꺼내 입어야 할 정도였다. 심지어 잠 잘 땐 히터의 온도도 평소보다 2도 더 올려놓고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에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면 이불 밖의 차가운 공기가 싫어 일어나는데 여러 번 큰 맘을 먹어야만 했다. 시계를 보며 어쩔 수 없이 이불 속에서 빠져 나와서도 샤워기에서 나오는 뜨거운 물로 온 몸을 한참 적신 후에야 비로소 정신이 온전해지곤 했다. 그리고 출근할 때 두터운 점퍼 지퍼를 올릴 때면 괜히 기분도 좋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캘리포니아는 또다시 본연의 날씨를 뽐내겠지만, 동부의 겨울을 그리워하는 내게 이번 주는 마치 선물과도 같은 한 주간이다. 겨울이 많이 그리운가 보다. 진짜 청명한 하늘이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