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monologue
행복
가난한선비/과학자
2018. 4. 25. 15:04
행복.
어쩌면 행복이란, 허락된 권리들을 모조리 찾아내어 다 누리려고 애쓰는 데에 있는 게 아니라, 우리에게 차곡차곡 부과된 의무들을 성실하게 받아들이는 데 있을지도 모른다. 바로 이때, 주어진 하루의 일을 마치고 피곤해진 몸을 침대에 누일 때 느낄 수 있는 고단함이, 우리의 자유를 제한하는 제한거리 하나를 해치우는 의미가 아닌, 일상에서 얻을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의 다른 이름이 된다. 속이 꽉 찬 만족감은 빈 공간을 채우려고 발버둥치는 불안함과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진정한 만족으로 인한 행복은 우리가 얼마만큼 흥분했는지와는 거리가 멀다.
말초적인 자극은 더 크고 더 말초적인 자극을 요구한다. 그러나 행복은 말초에 있지 않고 중심에 있다. 쾌락이 결코 행복이 될 수 없는 이유이다. 쾌락주의는 허무주의와 가까운 사촌일지도 모른다. 패스트푸드에는 속도만이 빛날 뿐이다. 빠르게 흥분시키고 빠르게 사라진다.
묵묵히 땀흘리는 노동자를 본다. 평생 공부를 손에서 놓지 않고 살았기 때문인지, 거울을 보면 상대적으로 철없어 보이는 나의 얼굴에는 지혜가 빠져있다. 이젠 깊은 주름도 괜찮다. 빨리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오를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보단, 느리더라도 정도로 따박따박 걷는 길을 선택한다. 슬로우 푸드에서 느낄 수 있는 따뜻함과 애정어린 여러 풍성한 잔손길들을 경험한다. 또 하루를 살아내며 서서히 느껴지는 깊은 만족감. 도달하지 못한다 해도 괜찮다. 그 길 위에서 만나게 되는 풍성한 만남의 축복들을 향유하길 간절히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