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fessionalism
Professionalism.
거짓과 불의가 가득한 현장에서 professionalism의 의미는 무엇일까?
거짓과 불의는 자주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규칙과 법이라는 이름으로도 실재한다. 인간이 주축인 시스템이라면, 그것들은 그 안에서 항상 살아 움직이며, 진리와 정의를 추구하는 이들에게 뜨거운 도전장을 내민다. 거짓과 불의는 멀리 있지 않다. 언제나 진리와 정의 바로 곁에 있다.
우리가 도덕이나 윤리 교과서에서 배운 지식은 대부분 All or None 개념이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우리들이 접하는 대부분은 그렇게 이분법으로 구분할 수 없이 모호하고 복잡하다. 옳고 그름이 공존하기 때문에 우리들은 자신이 가치를 두는 어떤 항목의 존재 유무나 그것들의 확률적 분포에 따라 옳고 그름을 판단하거나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다. 그리고 그 기준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가변적이며 개인에 따라서도 차이가 난다.
다양성의 인정은 차별과 혐오, 배제 등을 방지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되기도 하지만, 거짓과 불의의 숨통을 트이게 만들기도 했다. 물론 인간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이기에 규칙이나 법을 만들어, 그래도 지켜야 할 공통적인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지키고 있다. 그러나 다양성 인정의 목적이 어떤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이 될 때, 그 가이드라인은 가드레일이 된다. 그 결과 가이드라인은 지속해서 수정되어 나가는 운명을 지닌다. 그런데 이 수정 과정엔 의외로 시간이 많이 소요될 뿐더러 과정 또한 복잡미묘하기에, 사람들은 규칙이나 법을 수정하는 대신, 너도 나도 다 알지만 규칙이나 법에는 딱 들어맞지 않는 이차적인 시스템을 암묵적으로 만들어낸다. 이것이 바로 관행이다.
여론을 잡고 흔들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이 관행을 재빠르게 파악하고 그걸 이용해 먹는 것일지도 모른다. 엄밀히 따진다면, 법이나 규칙에도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다수의 필요를 채우는 이 관행이라는 시스템은, 문화라는 그럴듯한 명목 하에 든든히 자리잡고 있으며, 사람들에게는 법과 규칙 위에서 작용한다. 머지않아 법이나 규칙을 곧이곧대로 지키는 사람은 순진하다거나 멍청하다거나 고지식하다는 말을 듣기에 이른다. 사회 전체가 거짓과 불의로 서서히 물들어가는 과정인 것이다. 거짓과 불의가 만연해지고 일상이 되어버려 서서히 그것이 거짓과 불의인지조차 분별할 수 없게 된다. 혼돈 그 자체다. 그러나 그 혼돈은 일상이라는 자연스러움의 옷을 입고 있다. 매트릭스가 만들어진 것이다.
매트릭스 안에서 태어난 자는 그것이 매트릭스 안이라는 사실을 결코 알 수가 없다. 외부에서 모피어스와 같은 누군가가 일깨워줘야만 한다. 누군가 와서 빨간약을 제공해줘야 한다. 진리와 정의를 회복하려는 사람들. 시대와 상황, 문화나 개인적 차이를 뛰어넘어 절대적인 진리에 의거하여 움직이는 사람들. 세상 속에 있지만 세상과는 다른 사람들. 바로 그리스도인이다.
물론 그리스도인은 영화 매트릭스에서의 그들과는 다르다. 그들은 빨간 약을 먹고 세상인 매트릭스를 벗어났지만, 그리스도인은 그 빨간 약을 먹고 눈이 밝아진 채 매트릭스 안에서 살아가야만 한다. 이중적인 삶으로 보일 수도 있는, 정체성을 자각한 삶이 빨간 약을 먹고 나서 시작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리스도인이 거짓과 불의가 관행이 된 시스템에서 그 정체성을 잃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은 거센 물결을 거스르는 것일 수밖에 없고, 시대의 조류와 자주 충돌할 수밖에 없다. 나는 바로 이럴 때 professionalism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professionalism은 빨간 약을 먹고 매트릭스가 매트릭스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자에게 필요하다. 매트릭스 안에서 그러한 개념은 무의미하다. 진리와 정의의 근원은 매트릭스 안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 거짓과 불의가 가득한 현장에서 그리스도인이 자신의 하나님백성된 정체성 (나그네 된 백성, 세상 속의 그리스도인, 빛과 소금)을 자각하고, 그 현장에서 살아가는 것 자체가 바로 professionalism이라고 할 수 있다. agent들이 여전히 활동하며 삼킬 자를 찾고 있는 바로 이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이들. 박수를 보낸다. 당신들은 프로다. 나도 프로이길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