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monologue
신비
가난한선비/과학자
2018. 5. 30. 00:41
신비.
갑갑했던 안개가 걷히고 정갈해진 산을 만난다. 나무도 듬성듬성 나있는 오름직한 산이지만, 오늘은 푸른 하늘이 듬직한 배경이 되어 위용을 뽐낸다.
이름 모를 새 한 마리가 날아와 나무에 붙어앉아 콕콕 나무 껍질을 파헤친다. 그리고 불연속적인 움직임으로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괴상한 소리를 낸다. 이를 서너 번 반복하다가 금새 날아가버린다.
찰나다. 우린 숨쉬듯 기적에 노출되어 있으면서도, 그것을 외면한 채 일상이라는 말에 때를 묻혔다. 아니다. 일상은 지루하지 않다. 그저 반복되지 않는다. 하나의 찰나에서도 일상은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다만, 그것을 발견할 수 있는 자에게만 신비로 다가온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이러한 눈이 열리는 과정이 아닐까. 소소한 일상의 흩어진 조각을 주워담는 과정. 난 오늘도 이에 충실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