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monologue
여름
가난한선비/과학자
2018. 6. 8. 07:32
여름.
이 거센 태양의 고장에서 오늘 난 드디어 일렁이는 아지랑이를 보았다. 검은색 선글라스를 쓰고 다니는, 저 깔끔 떠는 자들의 눈에는 보일 리가 없다. 오로지 뜨겁게 달궈진 대지 위에 서서 아프도록 강렬한 태양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자에게만, 그렇게 가늘게 뜬 두 눈에만 허락된 모종의 선물이다. 캘리포니아에 여름이 왔다.
사람들은 일찍부터 거리에서 사라졌다. 주차를 하고 건물로 들어가는 사람들, 그리고 건물에서 나와 주차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만이 드문드문 보일 뿐이다. 그들은 모두 선글라스를 쓰거나 마치 저주라도 받은 것처럼 잔뜩 인상을 찌푸린 채 그 짧은 구간을 종종 걸음으로 걸어간다.
차야말로 거리의 주인이다. 그들은 태양과 함께 데워지고 태양과 함께 식는다. 이 태양의 나라를 밤낮 없이 종횡무진하며 어느 곳이나 가득가득 채우고 있는 존재는 차 밖에 없다. 실로 태양은 생명을 앗아가는 힘을 지니는 것이 틀림없는가!
태양이 좋아 캘리포니아로 온 많은 사람들. 정작 그들은 이곳에 와서 태양을 피한다. 숨는다. 그늘을 찾는다.
셔틀이 도착했다. 이제 나도 이곳의 주인의 몸에 올라탈 때다. 아이러니를 가슴에 품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