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monologue
가끔은
가난한선비/과학자
2018. 6. 28. 09:06
가끔은, 커다란 지구에서 이렇게 조그마한 동네에 살며 그 안에 있는 길 이름과 그 길 위에 있는 가게들의 이름, 그 가운데서도 내가 좋아하여 자주 찾는 단골집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낀다. 이 길들과 이 가게들은 내가 이곳에 살기 전에도 있었고, 언제가 될 진 모르지만 내가 떠나고 나서도 한동안은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건, 이방인이자 나그네에 불과한 나도 그것들의 아름답고 오래된 역사의 한 부분을 공유했었다는 것과 그것들이 나의 고유한 일상을 이루어주었다는 것이다. 길과 가게는 세월을 이겨내며 그 자리를 지키지만, 세월과 함께 빗겨가는 수많은 흔적들 중 나도 포함되어 있었다는 사실은 나만이 아는 추억이 될 것이고 그로 인해 나는 나중에 향수를 앓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인생을 탐험하며 나그네로 살아가는 자에게는 이러한 찰나의 정착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달콤한 독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움과 애틋함은 흐르는 일상의 시공간에 녹아있다. 우리들이 매일 먹고 마시고 냄새 맡는 그것들이 언젠간 그리움이라는 이름으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오늘을 살아가며 잠시 멈추어 이러한 순간을 매일 잡아낼 수만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