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대부분 사람들은 산 정상에 올랐을 때 희열을 느낄거라 한다.
하지만 내가 정상에 올랐을 땐 감격보단 외로움이 먼저 찾아왔다.
정상을 탈환했다는 기쁨 같은 건 솔직히 거의 없었다.
너무나도 잠잠히 침묵을 지키고 있는 산 봉우리들과 숱한 나무들, 그리고 지저귀는 새들까지도 마치 나에게 인간은 나 혼자라는 걸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렇다. 정상에 오를 때면 난 언제나 외로웠던 거다.
그러나 산 정상을 뒤로 하고 산을 내려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안도감과 함께 그제서야 느꼈다. 최고의 자리에 섰었다는 감격, 그리고 외로움이 아닌 함께 하는 기쁨까지.
정상에 서는 것 만으로는 완성이란 단어를 사용할 수 없지 않을까.
그 자리를 뒤로 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늘 있던 자리로 돌아와 감사함으로 그 감격을 느끼며 조용히 일상으로 다시 들어갈 줄 알아야 비로소 완/성/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인간은 참 재미나다. 이런 안도감을 느낀 후엔 고독할 것을 알면서도 또다시 그 다음 산 정상을 향해 떠나려는 다짐을 하게 되니 말이다.
산 정상에 오르기까진 많은 인내가 필요하고, 생각치도 않았던 문제와 어려움도 언제든 닥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포기하고 싶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정상을 향해 도전하려는 이 마음은 정말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도 일상에선 조금의 문제와 어려움도 부딪히기 싫어하는 인간인데 말이다.
난 다시 도전한다. 내 앞에 있는 산 정상을 향해.
정상에 올라보지 않은 사람은 늘 옆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소중함과 일상의 평안함에 감사할 수 없을테니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지 않고는 함께 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잘 이해하기 힘들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