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monologue

전복

가난한선비/과학자 2018. 8. 1. 06:01

전복.


푹푹 찌는 여름 날 오후, 사람들이 가득가득한 지하철을 여러 번 갈아타며 긴 시간동안 목적지를 향해 가는 일. 긍정적 생각을 지닌 나그네에겐 좋은 경험이나 충격 정도로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일상이 되어 매일 살아내야만 하는 서민들에게 그 의미는 확연히 다르게 다가간다.


어쩌다가 한 번 경험한 것에 온갖 긍정적이고 철학적인 수사를 갖다 붙여 보편적인 진리를 도출하려거나 교훈을 끌어내려고 하는 작자들을 볼 때마다 난 도무지 그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그들 역시 탁상공론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어쩌면 그들은 책상에서 펜대만 굴리고 있는 고상한 분들보다 더 나쁜 인간들일 수도 있겠다. 현장을 직접 경험하고도 책상에서의 자기 생각대로 바라보고 그 생각을 굳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책 한 권만 읽고 떠드는 작자들이 가장 무서운 것처럼 한 번 구경 나와서 그때의 감상으로 모든 일상을 해석하려는 행위 또한 가장 어리석은 짓일지도 모르겠다. 이들은 소위 말하는 꼰대와는 다르다. 꼰대는 그래도 자기의 과거 경험에서 묻어나오는 것이지만 (비록 업데이트되지 않은 구시대의 유물 지식일 가능성이 높지만), 이들은 경험도 없는 인간들이다. 이런 면에선 차라리 꼰대가 나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보통 이들은 꽤나 똑똑하다고 어느 정도 인정받는 부류일 가능성이 높은데, 그 똑똑함은 현장 경험이 전무하기에 뜬구름 잡는 막연한 교훈으로 머물 때가 많다. 현장 경험이 똑같이 없는 어린 학생들이야 속일 수 있겠지만, 현장에서 뼈가 굵은 이들에겐 어림도 없는 소리일 뿐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점점 이들의 그 똑똑하고 잘난 무식함이 드러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걸 보면 통쾌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측은한 마음도 든다. 사람들이 깨어나는 속도가 눈에 보인다. 몽상가들이여, 이젠 한 마디라도 사람들의 공감을 사는 말을 하려면 현장으로 나오라. 귀신 신나락 까먹는 소리하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