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monologue

위선자의 형통

가난한선비/과학자 2018. 8. 23. 06:52

위선자의 형통.


주류에 편승하고나서야 비로소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했다거나 참된 소속감과 안정감을 느끼게 되었다고 진지하게 고백하는 인간들을 볼 때면, 난 왜 속에서 부아가 치미는 걸까? 결과론적인 해석으로 자신의 모든 과거를 덮어버리고, 마치 예전부터 성공할 줄 알고 미리 여유있게 준비라도 하고 있었던 것처럼, 마치 통 크고 인격 수양이라도 되어 있었던 것처럼 구는 저 인간들을 볼 때면, 왜 난 더럽고 역겨운 기분을 떨칠 수가 없는 걸까?


내가 만난 위선자들은 거의 항상 양의 탈을 쓰고 나타났다. 그들은 한결같이 뱀처럼 간교하게 자신의 과거를 미화하는 직업을 한다. 너무 짜여진 각본처럼 보이면 안 되니까 일부러 사람들의 동정을 살 수 있고 공감을 두루 얻을 수 있는 자신의 약점이나 단점 한 두 개를 적당히 포장해둔다. 알고 보면 모든 게 다 작전인 것이다. 스스로는 지혜롭다 할 수도 있겠지만, 그들이야말로 사람들을 개돼지로 보는 인간들이다. 아, 이 파렴치한 속물들!


이기심은 익명성을 보장받을 때 극대화되는 법이다. 사실 그들도 애초부터 작정하고 위선을 행하려고 하진 않았을 것이다. 악은 진화에 발빠르다. 둔갑술은 기본이다. 처세술이나 융통성 있는 자세라는 그럴듯한 말 뒤에 숨어 그들은 언제나 기회를 노린다. 여론은 그들의 주된 위장이다. 어쩌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이기심으로 똘똘 뭉쳐있으면서도 그 이기심만은 절대 들키지 않으려 한다. 여론몰이는 이에 아주 적격이다. 마지못해 그 자리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두는 편이 남는 장사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거짓이지만 겸손의 미덕도 얻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피흘리기에 발빠른 그들이 놓칠 리가 없다.


세상 살면 다 그렇게 된다더라 하는 식의 말 앞에서 나도 여러 번 무릎을 꿇은 적이 있지만, 오늘은 그 자칭 지혜자요, 자칭 성공자에게 한 마디 하고 싶다.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라고. (물론 그들은 거들떠보거나 귀기울이지도 않겠지. 게다가 그들은 보통 죽기까지 망하지도 않고 편안하게 죽더라.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