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monologue

지방세포

가난한선비/과학자 2018. 8. 28. 04:16


지방세포.


실험용 생쥐의 허벅지 뼈 속을 살짝 공개합니다. 제가 하는 연구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요즘엔 기술이 발달해서 단단한 뼈 속도 이렇게 예술적으로 염색해서 볼 수 있습니다. 제 손이 아직은 쓸만한 것 같습니다.^^


붉은 색은 혈관들을 표시합니다. 그리고 푸른 점 하나하나는 세포들입니다. 여러가지 종류의 엄청난 수의 세포가 뼈 안에 집합해있지요. 그 중엔 몇 가지의 줄기세포도 포함되어 있답니다. 저는 그 녀석들과 그 녀석들의 후손들에 관심이 많아요.


문제는 초록 색입니다. 지방세포를 표시하거든요. 사실 이 뼈는 늙고 살찐, 그러니까 사람 나이로 대충 환산하자면, 환갑이 넘은 할머니의 것입니다. 너무 뚱뚱해서 모든 게 귀찮아보이는 녀석의 얼굴을 기억합니다.


다이어트를 한 지 한 달이 넘었습니다. 먹는 것을 평소의 2/3 정도로 줄였기 때문인지, 분명 배불러하는 양이 줄어들었습니다. 혈압도 줄었습니다. 그러나 몸무게는 1키로까지는 빠지지 않았네요. 운동도 빠지지 않고 지속하고 있어서 그런지 욕실에서 거울을 보면 조금 달라진 형체가 느껴집니다. 잃어버렸던 근육이 다시 생기고 있다는 거겠지요. 알다시피 근육이 생기는 것은 근육세포가 분열하여 그 수를 늘리고 있다는 말입니다. 이를 달리 말하면 살이 찐다고 할 수도 있지요. 아무튼 미련하게 보이는 형체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주 천천히, 고통스럽지 않게 진행하고 있는 다이어트라 이 정도면 몇 달이고 계속 할 수 있겠다 싶습니다.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나는 과정을 겪으면서 10키로가 쪘고, 그 몸무게가 미국 생활로 식습관이 많이 바뀌었는데도 그 동안 1키로 정도만 늘고 유지되고 있는 걸 보면, 제가 현재 처한 몸무게가 아주 안정적인 버퍼링 구간인 것 같습니다. 즉, 이 버퍼링 구간 (일차함수의 직선 구간이 아니라 평형을 유지하고 있는 구간)을 벗어나기 위해선 어지간해선 힘들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살을 안정적으로 건강하게 빼기 위해선 좀 준비가 필요한 셈이지요. 지금처럼 몇 달을 지속하면 분명 뭔가 변화가 올 거라 믿습니다. 매일 땀을 흘리고 있고, 먹는 양을 줄였으니, 나이에 따라 줄어든 기초대사량의 효과를 따라잡는 날이 곧 오리라 생각합니다.


다시 생쥐 허벅지 뼈 속의 지방세포를 봅니다. 제 눈엔 끔찍하게만 보였거든요. 다시 마음을 다잡습니다. 사실 오늘 강호동 백정 가서 항정살과 삼겹살을 흡입했거든요. 이젠 아들도 좋아해서 (사실 아들이 저보다 더 많이 먹었습니다 ^^) 한 달에 한 번은 가게 되네요. 물론 점심도 또 굶고 일하느라 오늘 제대로 먹은 건 한 끼밖에 없는 셈이지만, 약간 죄책감이 들 정도로 배가 불러서...ㅎㅎㅎ


살... 빼야죠. 배... 들여보내야죠. 저렇게 지방 덩어리들이 뼈 속까지 활개를 치지 않게 하려면요. ^^ 배 나오신 분들, 긴장하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