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monologue
동화의 뒷면
가난한선비/과학자
2018. 9. 25. 01:47
동화의 뒷면.
동화 같던 추억은 의외로 사진 한 폭에 담을 수 있을만큼 작다. 매일 모진 인내를 요구하는 일상적인 삶을 지탱해나가는 우리들은 언제나 그 사진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충동을 느끼지만, 막상 동화가 현실이 된다면 바닥이 더러워질 정도로 넘쳐흐르는 그 무료함에 아마 우린 아이러니한 외로움에 목말라 죽을지도 모른다. 침묵과 고독은 차라리 광야가 어울린다. 으리으리한 궁전과 손 대면 때가 탈 것 같아 조심스러워 만질 수도 없는 정원으로 둘러싸인다 해도 인간은 인간이다.
그림 같은 풍경은 구경꾼에게나 더 아름다운 법이다.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 마치 동화 속 인물들처럼 아름답기만한 삶을 살 것처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일게다. 삶이 고단하여 동화를 바라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내 눈엔 그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의 인생이 보인다. 현실에서 멀어질수록 감각은 무뎌지는 법이고, 거기엔 몽상이 가득할 뿐이다. 긍정적인 사고와 몽상으로 이루어진 사고는 다르다. 별 문제 없을 때에야 그 동화 같은 풍경이 도움이 된다고 남들에게 말할 수 있을지 몰라도, 문제가 생겨버린다면 그것은 오히려 철창 없는 감옥이 될 것이다. 난 ‘아름다운 감옥’보단 지극히 ‘현실적인 동네바닥’에 사는 것이 더 좋다. 동화는 동화로, 휴양지는 휴양지로, 관광지는 관광지로 남겨두자. 인간은 적응과 합리화의 동물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