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monologue

자연스러워 보이는 것, 그 인공적인

가난한선비/과학자 2018. 10. 5. 01:09

자연스러워 보이는 것, 그 인공적인.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해 여러 인공적인 수고로움을 동원해야만 하는 이 시대에 난 자연스러움이란 무엇인가 묻는다.


미용실에 가면 많은 여성들이 그리고 몇몇 멋쟁이 남성들이 퍼머를 한다. “어떻게 해드려요?” 하는 미용사의 질문에 대한 손님은 준비했던 답변을 하며 “자연스러워 보이게 해주세요.” 하고 마무리한다. 그러면 미용사는 손님의 머리가 최대한 자연스러워 보이도록 자신의 인공적인 기술을 총동원한다. 그러고보면 자연스러운 머리는 가만히 놔둔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게 아니다. 만약 그렇게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자연스러운 머리를 얻었다면, 그건 한낱 게으름의 상징밖엔 안될 것이다.


이렇듯 ‘자연스러워 보이는’ 것과 ‘자연스러운’ 것은 차이가 있다. 우리 시대는 ‘자연스러워 보이는’ 것을 선호한다. 아이들의 헝클어진 머리나 사랑하는 사람이 잠에서 깬 부은 얼굴과 부시시한 머리는 사랑스럽다는 표현으로 인해 예외가 되겠지만, ‘자연스러운’ 것은 적어도 성인이며 타자인 인간에겐 부정적인 이미지일 뿐이다. 그것은 ‘준비 안됨’ 내지는 ‘예의 바르지 않음’ 정도의 의미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자연스러워 보이는’ 것은 어설프게 공들여서 얻어낸 인공적인 모습이 아니라, 그 인공적인 방법이 감쪽같이 감춰질 수 있을 정도의 고도의 기술이 동원된, 최고의 ‘인공적인’ 모습의 다른 말인 것이다.


“어때요? 자연스러워 보이지요?” 퍼머를 마친 한 여성에게 거울에 비친 머리를 보여주며 묻는 미용사의 의례적인 질문이다. 다행히 손님은 만족스러워 보인다. “얼마죠?” “70딜러요.” 헉... 손님은 10달러 지폐가 없었는지, 10달러를 거슬러 달라고 하기가 괜히 어렵고 그랬다간 괜히 자신이 쪼잔하다는 생각이 들었던건지, 묵묵히 20달러 짜리 지폐 4장을 지갑에서 꺼내 그냥 건넨다. “거슬러 드릴게요.” 하며 미용사는 완벽하게 계획된 의례적인 말을 하지만, 손님은 반사적으로 말한다. “아니요. 됐어요. 수고하세요.”


이들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자니, 그 대화조차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부자연스러운 대화임이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그날 머리를 자르고 계산할 때 20달러를 주고 3달러를 당당히 거슬러 받았다 (남자 컷트는 17달러다). 미용사 아주머니는 아무런 표현도 없으셨지만, 아마 의외라고 생각했거나, 날 미국에 오래 안 산 사람으로 생각하며 이해해보려 했거나, 아니면 그냥 싸가지 없는 놈으로 여기지 않았을까 싶다. 난 참 삐딱한 놈이라는 걸 다시 느꼈다. ‘자연스러워 보이는’ 것들을 참 싫어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