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잖으신 영감탱이들
점잖으신 영감탱이들.
내가 치를 떠는 인간들은 점잖은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앞뒤가 꽉 막힌 흑백논리를 전개할 줄 아는 이들이다. 예절이란 것이 이들에게 가선 겨우 자신들의 더럽고 음탕한 욕구를 치장해주는 도구 정도로 전락해버린 것 같다. 결코 이 토론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상대방 이야기를 들을 생각이 추호도 없다. 그저 어떡하면 상대방보다 더 여유있고 품위있게 굴어서 보다 큰 사람처럼 보일지에 혈안이 되어있는 것 같다. 마치 의심없이 자기네들의 사상을 그대로 따르면 성숙하고 큰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처럼 보기만 해도 속이 니글거리는 생쑈를 해댄다. 마치 초월한 사람처럼, 마치 ‘중요한 건 이딴 논쟁이 아닌 인격이야’ 라는 것을 말없이 보여주려는 것처럼 행동한다. 참... 진짜 성인군자 납셨다. 정말 가지가지 한다.
그들이 기대는 건 정통성이다. 지금까지 대를 이어오며 아무런 문제없이 모든 사람이 수긍해왔던 사안이기 때문에 이들은 토론이나 논쟁이 필요하다는 것조차 이해하지 못한다. 대신 한 수 가르치려고만 한다. 이들에겐 의심하고 질문하는 것은 그저 덜떨어진 것일 뿐이다. 기독교 용어로 하자면 믿음이 부족한 것이다. 그들은 그들의 사상이나 믿음을 상고하지 않는다.
토론이나 논쟁을 할 때 서로를 존중하는 건 당연한 기본이다. 그런데 논리가 딸리거나 근거가 부족할 즈음 오직 이기려는 마음에서, 꼬치꼬치 물으며 하나하나 반박하는 상대방 토론 자세를 거들먹거리기 시작하며, 인격 운운하면서 끌고 들어오는 행위는 난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 성인군자는 도대체 어디 가시고 인내심이 바닥나 땡땡거리는 영감탱이가 앉아있는지 참...
그러나 난 비아냥거리며 그 성인군자 탈을 쓴 영감탱이들을 못살게 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로또 정도의 확률로 그들 중 생각의 변화가 일어나는 분도 계시겠지만, 대부분은 변하지 않을 거라는게 내 지론이다. 사실 그들은 그들의 사상이나 믿음에 별 관심도 없기 때문에 논쟁이나 토론 따위가 정말로 불필요할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화만 돋구어서 좋을 것도 없다. 차라리 그냥 ‘요즘 애들은 생각이 없어.’ 라든지, ‘요즘 애들은 싸가지가 없어.’ 라든지, ‘허허 세상에 종말이 오는구만.’ 하며 쯧쯧하며 살아가게 놔드리는 건 어떨까. 그들의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정력 낭비는 아닐까.
에효... 하도 답답해서 답없는 하소연을 여기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