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monologue
놓치는 것들
가난한선비/과학자
2018. 10. 9. 04:54
놓치는 것들.
어쩌다보니 한 달 전부터 금요일 퇴근 후 저녁 먹고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한 시간 가량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일상으로 자리잡아 버렸다. 책들로 둘러싸인 서점에서 책을 야금야금 읽는 건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집에서 혼자 조용히 묵상하며 읽는 것과는 전혀 다른 기분이다. 이 또한 좋다. 아내와 아들도 각자 보고 싶은 책들을 몇 권씩 갖다놓고 자리에 앉아 읽는다. 큰 수확을 얻어내거나 효율적이거나 하는 시간과는 거리가 멀지만, 난 이런 시간이 참 좋다. 맛난 식사도 하고 맛난 디저트도 먹고 맛난 책도 읽는다. 영육간의 강건함과 함께 하는 즐거움은 교회 건물 안이 아닌 이런 세상 한 복판에서도 누릴 수 있다.
몇 권을 또 질렀다. 새 책으로 사려고 망설이다가 늘 뒤로 미뤄두던 책들이다. 다 소설이나 에세이다. 모두 합쳐서 35달러 들었다. 새 책으로 샀다면 50-60달러는 족히 넘겼을 것이다. 엘에이 다운타운과 10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 살면서도 약 2년 동안 이런 곳을 누리지 못하고 있었다니, 이것 또한 내가 잃어버린 시간이다. 아, 난 지금도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놓치며 살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