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monologue

아쉬움

가난한선비/과학자 2018. 10. 12. 01:42

아쉬움.


오늘 아침, 과거에 종종 그랬던 것처럼 아쉬움에 땅을 치며 잠에서 깨어났다. 지난 밤 꿈이 너무나 완벽하고 새로운 하나의 소설 같은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눈 뜨고 있을 땐 절대 생각할 수 없는 상상 속 이야기들이 왜 유독 꿈에서는 얄밉도록 완결된 모습으로 등장하는지 참 모를 일이다. 답 없는 아쉬움에 절규하며 조금이라도 기억하려 했지만, 그렇게 하면 할수록 몇 분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나 생생하고 명확했던 기억이 재빠르게 희미해져갔다. 난 이런 순간을 맞닥뜨릴 때마다 마치 수중에 든 귀한 보물을 잃어버린 것 같은 심정으로 허공에 대고 한탄해댈 수밖에 없다. 이 저질스런 기억력하고는!


꿈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꿈 내용의 원인을 과거에 있었던 어떤 특정한 경험으로 (인지하든 못하든,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어떻게든 설명해보려고 하는 심리학자나 과학자들의 시도에는 난 별 관심이 없다. 알고 싶어하는 인간의 기본 욕구를 무시하고 싶진 않지만, 내 작은 머리로 미루어 볼 땐 그 시도는 언제까지나 시도로 머물 것 같은 강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꾼 많은 꿈들의 내용은 전혀 내가 경험해 본 적도 없는 소재들로 가득 찰 때가 많다. 그 내용 하나하나를 잘게 환원하여 내가 기억하고 있는 어떤 과거 경험과 이어 붙이거나, 기억하지 못하는 어떤 것들이 연관되어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추측하는 건 영 마땅찮다. 그런 결론 없고 재현 불가능하며 실험적이지 않는 해석은 이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내겐 아무런 가치가 없다. 그저 난 꿈을 받아 쓰고 싶은 마음 뿐이다. 영원히 불가능하겠지만. 아, 얼마나 더 많은 아침을 이런 마음으로 맞이해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