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monologue
산책
가난한선비/과학자
2018. 10. 24. 01:09
산책.
나무와 바람이 오래토록 내게 말을 걸어오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채게 된다면, 비로소 난 들을 준비가 되어있는 것이다.
낮하늘의 구름과 밤하늘의 별들이 자리를 움직일 때 그것들을 따라 내 눈과 머리가 움직인다면, 난 비로소 볼 준비가 되어있는 것이다.
동행이 있어 웃고 떠들 땐 자연은 좀처럼 말을 걸어오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우리가 수다에 정신이 팔려 듣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자연은 늘 우리의 고독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적막함이라고 부르는 그 순간, 비로소 우린 듣고 볼 준비가 되는 것이다.
기꺼이 기다려주고 말을 걸어주고 또 가만히 들어주는 그들의 배려를 한몸에 받으며 이 길을 걷노라면, 나는 어느새 경이감에 휩싸이고 경건한 자가 된다. 거기에 깃든 충만함에 몰입된다. 그리고 내 지친 마음은 위로를 받는다. 거품은 사라지고 마침내 창조주를 마음 중심으로 찬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