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7
86.7
86대로 들어온 지 3일째. 다이어트 시작한 지는 4 달째. 90-91에서 시작한 숫자는 아주 천천히 아래로 향하고 있고, 근력과 지구력은 그에 따라 점점 위로 향하고 있다. 덩달아 혈압약 양을 절반으로 줄인 지 벌써 한 달째다. 앉았다 일어날 때 현기증이 심해서 약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매일 혈압을 재면서 그 절반의 양이 내게 적당한지를 확인해오고 있는데, 평균 120/80으로 아주 안정적이다. 현기증도 사라졌다. 무엇보다 체력이 좋아지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느껴지는 게 다르다. 그래서 그런지 보이는 것과 생각하는 것까지도 달라지는 것 같다. 좀 더 진취적이고 긍정적으로 바뀌는 것 같다. 이게 회춘이려나. 젊어지는 비결은 어떤 비밀스러운 약초에 있지 않고 성실한 운동과 식이조절에 있는 것이다. 또한 영과 육은 연결되어 있어, 영성을 얻기 위해 육을 희생시키는 것이나 육을 얻기 위해 영을 버리는 것은 바보천치 같은 짓일 것이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하지 못하는 이런 것들을 하나씩 도전해보고 성취해보는 것, 나이가 들어가며 해봐야 할, 그리고 죽을 때 후회하지 않을 일 중 하나가 아닐까.
몸무게 숫자를 줄이는 데에 집중하지 않는 이유는 현재의 내 몸과 내 몸이 기억하고 있는 내 몸 사이의 간극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그 밸런스가 맞지 않을 땐 다이어트라 불리는 기간이 특별한 기간이 되고, 즉 끝내야 할 시기가 존재하고, 또 그 기간은 고행이 된다. 다시 말하지만 내가 다이어트를 하기 시작한 건 살을 빼기 위해서가 아니다. 준비를 하기 위해서다. 남을 존중해서 함께 가기 위해 내 안의 나를 먼저 다스리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러기 위해선 나의 일상 전체가 다이어트라는 기간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 먹는 양을 줄이는 기간이 존재할 것이 아니라, 그 줄인 양의 음식이 내게 포만감을 주고 만족감을 줄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이젠 예전에 먹던 양의 거의 절반 정도를 먹어도 배가 고프지 않다. 근력운동도 횟수를 늘리고 시간을 늘렸음에도 거뜬히 해낼 수 있을만큼 건강해졌다. 이런 변화들이 내 일상에 침투하여 일상과 하나가 되어간다. 몸무게 숫자는 그저 이런 과정의 한 단면을 보여줄 뿐이다.
여러가지 새로운 도전들을 해보며 많은 것들을 배운다. 세상엔 배워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도전하고 배우는 일만 해도 시간이 모자랄 만큼 말이다. 내 주위에 있는 만남들을 축복이라 믿고 거기에서부터 시작을 한다. 내가 일부러 뭔가를 얻기 위해 내 일상을 송두리째 바꾸거나 어떤 도약을 위해 현재 내게 있는 관계들을 다 끊고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싶은 ambitious한 마음은 추호도 없다. 그저 그들에게 배우고 즐기고 함께 하는 것. 정의롭게 사랑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이 땅에서 누릴 수 있는 해방과 자유가 아닐까 한다. 그리고 하나님나라는 분명 그 안에 존재하고 살아내야 하는 것일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