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함과 솔직함이란
평범함과 솔직함이란.
자신이 평범하다고 서슴없이 얘기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 소개란에 자신이 평범하다는 것을 강조하기도 한다. 과연 평범하다는 건 무엇일까.
‘평범’의 반대가 ‘비범’이라고 할 때, 아마도 자신을 평범하다고 소개하는 사람은 그저 자신이 비범하지 않다는 것을 겸손하게 말하고자 했던 게 아니었을까 싶다. 그러나 ‘비범함’에 대한 숙고가 없었다면, ‘평범함’이라는 말을 선택하고 강조하진 않았을 것이다. 평범과 비범도 상대적인 가치이며, 상대적인 가치라 함은 결국 비교심리에 의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또한, 단순히 ‘비범하지 않음’이 ‘평범함’이라면,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범할텐데, 왜 굳이 자신이 평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일까? 모두 인간인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한 ‘나는 인간이다’라고 자신을 소개하지는 않지 않는가. 과연 그 이면에 담긴 심리는 무엇일까?
언뜻 떠오르는 생각은 자신이 과거에 경험했던 좋지 않은 기억 때문이라는 것이다. 누군가로부터 잘난척하는 사람으로 비춰진 적이 있거나 (오해), 아니면 실제로 잘난척했던 기억이 부끄럽게 느껴졌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인정). 그리고 이러한 오해나 인정이 가능했던 것은 타인의 눈에서나 자신 눈에서 자신이 특별나야만 인정과 사랑을 받고 만족과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믿었던 태도에 회의를 느끼고 나름 가치관의 충돌을 경험한 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철없던 과거의 모습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는 의미를 드러내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을 평범한 사람이라고 소개하는 사람의 심리 이면에는 다른 욕구도 존재할 것이라고 난 생각한다. 여전히 철부지 같은 ‘인정욕구’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것이 ‘거짓겸손’의 뉘앙스가 잔뜩 담긴 선전용 문구에 불과할 경우, 난 오히려 자칭 평범한 사람보단 자칭 비범하다고 말하는 사람 (존재할까?)에게서 진정성을 느낄 것이다. 그런 인간이 말하는 ‘평범’은 ‘거짓평범’, 즉 ‘교만’의 다른 이름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터무니없이 치켜세우는 사람은 사실 세상 살면서 찾기 힘들다. 하지만 자신을 필요 이상으로 낮추어 애써 겸손함을 보이려고 하는 사람은 너무나도 많다 (어떤 사람은 끝까지 자신의 과거 학력과 경력을 숨기거나 거짓말한다). 겸손함이 미덕이기에 자신의 교만을 겸손의 옷으로 감추려하는 속셈인 것이다. 난 자신을 평범하다고 소개하는 사람을 만날 때면, 그 사람이 혹시 이런 경우에 해당하진 않을까 하며 의심이 생기기도 한다.
솔직함이란 무엇일까. 비교가 인간성을 갉아먹는 해충과도 같은 존재라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알더라도, 과연 비교의식이 팽배한 경쟁체제 안에서 겸손함의 미덕을 이용하여 더욱 높아지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거짓겸손인 줄 다 알아도, 오히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기본도 못하는 인간 취급 당하는 세상 아닌가. 처세술이라며, 에티켓이라며 거짓평범과 거짓겸손을 암묵적으로 강요당하는 이 세상에서 과연 솔직함이란 무엇일까. 자신을 평범한 소시민이라고 소개하는 표현 속에서 난 그 한계를 읽는 듯하다.
**사진은 헌팅턴 라이브러리에서 쌔벼옴.
The Butcher Shop by Alexander Zerdin Kruse, ca. 1940.
The Huntington Library, Art Collections, and Botanical Gardens. Gift of the Kruse Family Tru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