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monologue

새 날

가난한선비/과학자 2019. 1. 21. 14:27

새 날.


산허리에 가느다란 구름 띠만 남겨둔 채 비는 자취를 감추었다. 가려졌던 태양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고, 어딘가로 떠나있던 새들은 다시 돌아와 노래를 부른다. 나는 마른 우산을 접어두고 길을 나섰다. 이제 이렇게 연이어 내리는 비는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빨리 끝나길 기다렸던 내 마음은 어느덧 그리움에 잠시 젖는다.



비가 올 때 식물들은 그들의 잎사귀로 빗방울을 탄력있게 튀기며 살아있음을 표현한다. 방울방울이 잎사귀에 고여있는 모습을 볼 때 우리는 가끔 경이감에 휩싸인 채 한참동안 먹먹해진다. 시간은 살아 움직이고 있는 것 같고, 섬세한 창조주의 손길 앞에서 겸허해지는 것 말고는 달리 할 게 없다. 작은 바람 소리와 구름의 움직임에도, 지나가는 차 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며 자연의 일부가 된다.


모든 생명은 늘 살아있지만 표현할 때가 있는 법이다. 그리고 눈에 띌 때가 있는 법이다. 이러한 소소한 일상의 조각들을 비라보는 우리의 눈이 사랑스럽고 겸허할 수 있다면. 이웃을 바라보는 우리의 눈도 그럴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