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monologue
날씨 흐림
가난한선비/과학자
2019. 2. 1. 02:31
날씨 흐림.
잠이 늘었다. 한 번 아프고 나니 몸을 좀 더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걸까. 아무튼 며칠 만에 개운한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내 눈에도 머리에도 아무것도 가리는 것이 없다. 맑다.
그런데 창을 통해 밖을 보니 날씨가 흐리다. 아들 녀석이 어제 애프터스쿨에서 오늘은 비가 올지도 모른다고 했다고 귀뜸해준다. 일기예보도 알고 거 참 녀석 다 컸다 싶어 문득 아들이 대견스럽게 느껴졌다.
흐린 날이 가지는 운치를 알기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맑은 날이 기분을 좋게 해주지만 그걸 보고 운치가 있다고 말하진 않는다. 작은 어둠이라도 모조리 밝혀 다 드러내지 않고 뭔가 흐릿한 뉘앙스로 적당히 감추고 싶은 건 감춰도 되는 자유가 허락된 기분이랄까. 젊은 날과는 달리 딱히 감출 것도 이젠 없지만 오늘은 이런 흐린 날이 왠지 마음이 든다. 안전함이 느껴질 정도로.
밖을 나오니 벌써 초저녁이 된 것처럼 어둑어둑하다. 출근해야 하는데 벌써 퇴근길에 들어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괜시리 웃음이 났다. 일 안하고 쉬면서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푸념어린 생각도 해본다. 오늘 내 머리는 분명히 다른 날과 달리 맑은 게 분명하다. ㅋㅋ
오늘도 일상 속에서 지나치는 것들을 가능한 놓치지 않고 살아내면 좋겠다. 멈추고, 바라보고, 귀 기울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