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monologue

‘흰’에서 ‘소년이 온다’로, 그리고 다시 ‘흰’으로

가난한선비/과학자 2019. 2. 21. 05:39

‘흰’에서 ‘소년이 온다’로, 그리고 다시 ‘흰’으로.


한강 작가의 ‘흰’이란 소설은 하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다분히 독립적으로 보이는 많은 짧은 글들의 묶음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에세이 같은 느낌을 준다. 중간중간에 사진도 여러 장 끼어 있어서 마치 시집 같은 느낌도 준다. 여백의 미가 이 책을 읽는 데엔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난 그만큼 천천히 읽으며 음미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였고 그렇게 읽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나서 뭔가 잡히지 않는 느낌이 남았다. 처리하고 싶었다.


마침 한강 작가가 이 책을 쓰고 나서 남긴 인터뷰 기사를 찾아 읽을 수 있었다. 존재하지만 구름 같아 손에 잡히지 않던 느낌이 물방울이 되어 피부로 느껴졌던 순간이랄까. 그제서야 선명해졌다. 소설 속에 나타난 이미지들의 윤곽이 의미를 가지고 실체를 드러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좀 더 이 책을 소화하려면 ‘소년이 온다’를 읽어야만 했다.


두 주 전 중고서점에서 ‘소년이 온다’를 운좋게 구입할 수 있었다. 어제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참 어렵다. 난해하다는 뜻이 아니다. 감정적인 면에서 힘들다는 말이다. 가슴 속에서 북받쳐오르는, 폭력에 대한 분노와 슬픔이 한 번에 많은 분량을 읽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며칠 후면 다 읽게 되겠지만, 이런 소설은 처음이다. 참 아프다. 하지만 덕분에 ‘흰’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강 작가를 좀 더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흰’도 ‘소년이 온다’를 다 읽고나서 다시 훑어야겠다. 그리고 뭐라도 글로 남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