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monologue
오지랖?
가난한선비/과학자
2019. 2. 28. 03:44
오지랖?
잠시 눈을 부치고 나니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진다. 적어도 몇 시간은 흘렀어야 했는데, 시계를 보니 겨우 30분밖에 지나지 않았다. 마치 시공간을 이탈했다가 다시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랄까. 괜히 시간을 번 것 같은 기분, 나쁘지 않다. 찬물을 마시고 정신을 차린다.
문득 삶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늘 보던 것들, 늘 하던 것들 속에 여전히 내가 있지만, 마치 시공간 밖에 있는 또 다른 내가 시공간 안에 갇혀 있는 나를 처음 보는 것처럼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은 이 낯선 느낌.
책을 펼치니 익숙한 단어 하나가 신기하게 느껴진다. 왜 저 단어는 저렇게 생겨먹었을까, 처음 보는 단어 같은데, 이렇게나 낯설게 느껴지는데, 그것이 내가 의식하지도 않고 사용해오던 단어라니! 무의식과 의식이 단절되면 이런 기분일까.
그나저나 ‘존재론적 우편적’이란 책은 아무래도 내 능력 밖의 일인 것 같다. 책을 읽고는 있지만, 그냥 단어들만 읽어나가는 듯한 이 기분. 가히 절망적이다. 처음부터 다시 읽고 또 읽고, 세 번을 반복했지만, 그리고 일단 이해 못하더라도 주욱 1장만이라도 끝까지 읽어보잔 생각으로 그렇게도 해봤지만, 남는 건 좌절감 뿐이다. 데리다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주는 2차 자료라는데… 에휴. 내가 너무 오지랖을 떠는 걸까, 자괴감도 든다. 아, 아까 그 느낌도 설마 이 책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