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monologue

경계

가난한선비/과학자 2019. 3. 5. 06:20

경계.


매개자로서 많은 사람들이 신이나 진리에 이를 수 있도록 도와야 할 자가 오히려 신이나 진리보다 더 높아져 급기야 우상이 되어버리고, 결국 모든 사람들의 길을 막아버리는 사람. 길을 안내하는 자가 그 길의 시작과 끝, 과정 모두를 삼켜버려 그 길 자체가 되어버린 사람. 스스로 신이나 진리가 되어버리는 사람.


하나님을 닮아가는 사람은 언제나 자신과 하나님 사이를 철저하게 구별하면서도 그 누구보다 더 하나님 닮길 기쁨으로 자처하는 사람일 것이다. 하나님이 함께 하는 삶이란 모든 경계를 허물고 정의와 평화를 도모하는 일을 포함하겠지만, 이때의 경계란 인간 스스로, 하나님이 부여해주신 창조적인 능력을 이용하여 만들어낸, 혐오와 배제를 조장하는 모든 벽과 담이다. 결코 하나님이 만드신 경계, 즉 조물주와 피조물의 구별을 말하는 게 아니다. 하나님나라는 인간이 만든 모든 경계는 무너지지만 하나님이 만드신 경계는 그대로 남아 그것이 인간 정체성의 핵심으로 인정되는 곳이 아닐까. 질서란 여기서 시작하는 게 아닐까. 스스로 신이 아니라는 철저한 경계성을 인지한 사람이야말로 차별과 배제와 혐오를 양산해내는 경계를 허물 수 있지 않을까.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졌지만, 한 번도 타인 위에 서도록 허락 받은 적이 없다. 질서 있는 경영은 군림과 복종을 동반하지 않는다. 오히려 거룩한 질서를 가진 경영은 두 경계의 의미를 분명하게 파악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분명한 선은 나와 타자 사이에 있는 게 아니라 나와 하나님 사이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