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monologue

도전

가난한선비/과학자 2019. 3. 11. 04:57

도전.


어제밤 내가 처음 참석한 인문학 모임은 한 달에 한 번 모여 철학책을 함께 읽고 나눈다. 데리다를 읽어나가고 있었고 마침 새로운 책을 시작하려던 차였다. 잘 됐다 싶었다.


6시에 시작했고 뒤풀이 중간에 너무 피곤해서 먼저 나왔는데도 집에 들어오니 자정이 다 되어간다. 모임의 열기를 단번에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다들 내공이 장난이 아니었다. 철학책 한 두 권 읽은 분들이 아니었다. 책 한 권을 읽을 노력으로 겨우겨우 한 장 (약 80페이지)을 읽으면서도 너무 어려워 멘붕이 왔었는데, 여기서 재미를 느끼고 저자의 글쓰기 실력을 평가하며 약한 부분과 틀린 부분까지도 지적하는 현장에서 난 입이 떡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세상엔 내공 백단이면서도 조용히 있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그에 비하면 나는 요란한 빈 깡통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철학 얘기는 아주 자연스럽게 시작되었고, 토론 수준도 높았다. 난 이방인처럼 한 구석에서 머리를 쥐어짜내며 엄청난 집중력으로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따라가려고 노력했다. 그나마 4번이나 읽어간 1장 부분은 무슨 말인지 절반 정도는 이해가 갔지만, 1장 후반부부터 2장 중반까지는 도무지 따라갈 수가 없었다. 최근 들어 이렇게나 집중해서 토론에 참석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말 한 마디 잘 못했지만 말이다.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는 ‘노다메 칸타빌레’의 교훈을 기억한다. 한 번 맛보고 쓰다고 뱉어버리면 어찌 성장이 있겠는가. 넓어지고 싶다면서 늘 하던대로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만을 해댄다면 분명 모순일 것이다. 따라가 보련다. 난해하고 낯선 언어를 접하는 건 분명 어렵고 힘든 일이겠지만, 알게되는 만큼 난해하고 낯선 세상을 공감하게 될 것이다. 이런 것이 도전과 탐험 아니겠는가.